▲ 꼭두닭

춘추시대 전요라는 사람이 노나라 애공에게 충언하며 닭의 덕성에 대해 ‘문무용인신’ 다섯 가지 덕을 지닌 동물이라 했다. 머리에 벼슬을 이고 있는 것이 문이고, 발에 발톱이 달린 것은 무를 가짐이며, 적이 앞에 있으면 감히 싸우는 것이 용이며, 먹을 것을 얻으면 서로 알려 주는 것이 인이며, 밤을 지켜 때를 잃지 않는 것은 신이다. 백인산의 <간송미술 36> 중.

전주역사박물관(관장 이동희)이 지난해 12월 27일부터 2017년 2월 26일까지 2층 기획전시실에서 2017 정유년 닭띠해 특별전 ‘새벽을 알리다, ᄇᆞᆰᄃᆞᆰ’을 열고 있다.

쥐띠를 시작으로 10번째인 띠전시는 12지 동물들이 상징하는 역사적, 문화적 의미를 짚어보고 힘찬 새해가 되기를 기원하는 취지에서 계속되고 있다. 12지 가운데 10번째 동물인 닭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새벽을 알리는 우렁찬 울음소리와 함께 어둠이 걷히고 새 아침이 밝듯, 울음소리는 새 아침과 새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서곡으로, 닭은 상서롭고 신통력을 가진 길조로 여겨졌다. 유교에서는 다섯 가지 덕을 가진 동물로 칭송됐다.

집에서 가장 많이 키우는 가축 중 하나라 친숙하기도 하다. 자명종이 없던 시절 아침을 알리는 시계역할을 했다. 씨암탉과 달걀은 귀중한 손님을 대접할 때 빠지지 않는 음식이었으며 삼복의 삼계탕은 여름철 더위를 이기기 위한 대표 보양식이었다.

이를 토대로 한 전시에서는 △닭의 생태△자수로 그려진 닭△민화 속 닭△우리 생활 속의 닭△십이지와 닭 5개 섹션으로 나눠 닭의 면면을 살핀다. ‘세화’ ‘닭부적’(가회민화박물관 소장), ‘꼭두닭’(산청산골박물관 소장), ‘계이’(국립고궁박물관 소장), ‘민화 화조도’, ‘닭과 병아리 수가 놓인 베갯모’를 비롯한 50여점의 유물로 만나본다.

귀신을 쫓고 복을 기원하기 위한 그림 ‘세화’와 귀신이나 악귀 같은 어둠의 존재를 물리치고 빛으로 이끌어 주는 존재 닭을 새긴 ‘닭부적’은 새해 즈음 대문과 곳곳에 자리했다.

‘꼭두닭’은 장례 때 상여 위에 올리던 모형이다. 십이지 중 유일한 조류로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매개체이자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존재였던 닭을 통해 죽은 이를 저승으로 편안히 안내하고, 장례 행진 시 잡귀를 쫓기 위함이다.

종묘제례 때 술잔으로 쓰이는 제기인 ‘계이’ 가운데에는 닭이 새겨져 있다. 조상신의 영혼으로 인식돼 그의 도움으로 천하가 편안하기를 염원했다. ‘민화 화조도’에는 닭 한 쌍과 국화가 그려져 있는데 한 쌍의 닭은 부부금슬과 다산을 상징하고 국화는 건강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고 있다.

‘닭과 병아리 수가 놓인 베갯모’는 봄날 갓 깨어난 병아리가 어미 닭의 보살핌을 받고 있는 모습을 통해 자손의 번창과 다산을 말하고 있다. ‘닭 스탬프 찍기’ 같은 체험도 즐겨볼 것.

우리 역사 속 정유년에 일어난 주요 사건으로는 완산에서 전주로의 개명(757년), 정유재란 발발(1597년), 대한제국 선포(1897년) 등이 있다. 닭띠해 태어난 국내 인물로는 고려 태조(877-943), 조선 세조(1417-1468), 조선 단종(1441-1457), 퇴계 이황(1501-1570), 남명 조식(1501-1572), 권율(1537-1599), 손병희(1861-1922) 등이 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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