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초기 승려들은 철저히 걸식을 했다. 걸식은 먹고 사는 데 매이지 않고 수행에만 전념한다는 뜻도 있었지만 대중들에게 공양할 기회를 줌으로써 복을 쌓도록 하는 의미도 있었다.
  승려들은 그러나 절대 배불리 먹지 않는 게 계율이었다. 보통은 일일일식 즉 하루 한 끼로 버텨냈다. 특히 당일 정오에서 다음날 일출까지는 비시라고 해서 절대 음식을 입에 대지 않았다. 부처님이 설산에서 6년 고행과정에서 일마일맥 즉 깨 한 알과 보리 한 톨로 생명을 이어간 것이 그 시초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양도 중요하지만 음식의 종류도 철저히 가렸다. 우선 고기는 자비의 종자를 끊는다는 측면에서 절대 포함시키지 않았다. 다만 영양 부족으로 곧 죽을 수도 있는 환자나 고령자들에게 특별히 허용되는 경우는 있었다. 또 먹으면 사람들의 감정이나 신체를 어지럽히는 반응을 일으키는 채소도 금했다.
  그 전통을 이어받은 게 바로 오늘날 사찰음식이다. 우리나라는 대승불교의 맥을 이어온 만큼 그 어느 나라보다 사찰음식이 발달했다. 사찰음식은 물론 고기를 사용하지 않고 채소 중에서도 오신채 즉 파, 마늘, 달래, 부추, 흥거를 쓰지 않는다. 당연히 시원하고 담백하며 깔끔한 맛을 지니게 된다. 또 사찰 주변에서 나는 재료를 주로 사용함으로써 제철 음식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사찰음식은 약리작용을 가진 보약식품으로 꼽힌다. 열량이 적고 인공첨가물 등을 철저히 배제함으로써 약으로 치료가 불가능한 질병을 낫게 하곤 한다.
  이 사찰음식이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의 ‘발우공양’이라는 브랜드는 미국 ‘굿 디자인 어워드’를 지난 12월초 수상했다. 또 11월에는 사찰음식 전문점이 미슐랭 가이드에서 스타 레스토랑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일반인의 관심도 높아서 조리법 강의를 하는 기관들에는 문의와 참여가 줄을 잇는다고 한다. 이에 대해 관계자들은 몸을 챙기는 웰빙 붐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사찰음식은 1600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고 한다. 삼국시대 불교가 들어오면서부터 시작됐다. 이 정도면 우리 전통문화의 하나로 뽑아도 될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이 음식이 힐링의 기능을 한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특히 사찰음식은 맛이나 영양만이 아니라 그 속에 든 밝은 마음과 감사 정신, 근검절약, 소식 등 마음 수행과도 연관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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