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구의 세상이야기 황화대 (皇華臺) 칼럼

1. 국인입군(國人立君): 백성이 임금을 세우다

  2016년 대한민국 국민은 위대했다. 무능하고 어리석은 대통령을 주권자로서 탄핵했기 때문이다. 물론 헌법재판소의 결정절차가 남아있지만 주권자인 국민은 준엄하게 대통령의 혼용무도(昏庸無道)함을 심판했다. 헌법재판소가 국민이 내린 심판에서 벗어나기는 힘들 것이다. 전주객사 광장에서, 광화문 광장에서, 전국 방방곡곡에서 촛불을 켜들고 헌정질서 문란에 대해 심판한 것이다. 1919년 4월 13일 민주공화국 수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역사가 바로 서고 국민이 주인이 되는 세상으로 가는 길을 열게 됐다.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선언하고 있다. 바로 이 같은 자유민주주의의 주권을 형성하고 실천하는 게 객사 광장이며, 광화문 광장인 것이다. 진실로 국민이 주인이며, 모든 권력을 형성하는 원천인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은 역사의 고비 때마다 올바르게 판단해오고 있다. 4. 13 총선에서 그랬고, 최순실 게이트에서 그랬다. 어느 정치인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말해 주목을 끈 바 있다. 그 바탕은 광장의 주인인 국민의 일반의지이다.
  우리는 이 광장에서 세상의 온갖 사상, 정보를 주고받는다. 촛불을 들고 모인 국민은 허위(false)를 물리치고 진리(truth)가 이기게 했다. 모든 생각들을 주고받으며, 진리에 도달하는 길을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사실 우리 민족은 맨 처음 나라를 세울 때부터 그렇게 했다. 서거정과 최부가 지은 동국통감 외기에 따르면 신인(神人)이 하늘에서 내려와 신단수 아래 신시(神市)를 열었다. 여기서 백성들이 임금을 세우니 그를 일러 단군이라고 했다(國人立爲君 是爲檀君).
  우리의 개국과정을 보면 민주공화국 수립과 똑같다. 신시는 신의 도시, 고조선시대의 시장, 저자거리를 의미한다. 오늘날 광장, 시장을 뜻한다. 고대 그리스·로마의 광장, 아고라(agora)와 같은 것이다. 우리 민족은 신시라는 광장에서 전체 시민이 모인 가운데 단군 임금을 세우고 인간세계를 널리 이롭게 할 것을 천명했다. 나라를 세울 때부터 이처럼 숭고한 뜻을 밝힌 나라는 전 세계에서 우리 밖에 없다. 이것이 오늘의 촛불로 이어지고, 새로운 자유민주주의의 나라를 열어가게 하는 원동력이다.
  황화대는 기전대학이 있는 화산공원 정상의 널따란 바위지대이다. 지금은 운동시설이 있지만 조선시대에는 선비들이 모여 세상 이야기를 하며, 나라를 바르게 세우려고 했던 곳이다. 말하자면 완산골 선비들의 광장인 셈이다. 전주 부중을 바라보며 부국강병을 고민했던 곳이다. 이 열린 광장을 통해 도민과 함께 진리를 찾아가는 길에 나설 것이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