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고 지친 현대인들에게 쉼으로 향하는 다리를 놨다. 3명의 새내기 기획자들이 그 주인공이다. 전북도립미술관에서 전시기획, 행정, 학예업무를 익히며 미술 기획자의 꿈에 다가서고 있는 이들의 당차지만 따스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지난 26일부터 2017년 1월 18일까지 전북도청 기획전시실에서 계속되는 전북도립미술관(관장 장석원) 학예사 인턴십 기획전 ‘다리-쉼’. 학예사 자격증 취득에 필요한 미술관련 경력인증기관인 도립미술관에는 4명의 인턴십이 근무하고 있으며 지난해부터 이들이 직접 준비한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2015년 2월 인턴십 4명이 일상 속 폐품이나 잡동사니를 소재로 제작한 정크아트를 조명한 ‘버려지는 것들에 대한 고찰’전은 지역에서 접하기 힘든 장르를 소개하고 환경의 중요성도 드러내 호평 받았다.

올해는 채연석, 이보미, 김효원이 의기투합해 전시 주제와 미술가를 선정하고 다듬었다. 작년보다 연령대가 낮은 2,30대고 장점과 특성도 각양각색이라 어떤 색깔을 보여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전시 주제는 ‘다리-쉼’인데 오랫동안 길을 걷거나 서서 일하다 잠깐 다리를 쉬어주는 일, 이쪽과 저쪽 세계를 잇는 구조물, 현실세계와 이상세계를 이어주는 통로 등 다중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이를 통해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는 이들이 잠시나마 쉬어가길, 나무가 아닌 숲을 바라보길, 주변을 돌아보길 바라고 있다.

이는 지역 안팎에서 다양한 장르를 풀어내고 있는 8명의 청년작가 김시오 박상화 유의랑 이보영 이주원 이호철 최석우 황유진이 구현한다. 저마다의 작품세계를 보여주고 있지만 오늘날과 긴밀하게 맞닿거나 여백이 있다는 점에서 궤를 같이 한다.

기획자 중 채연석은 왕성하게 작업하면서 대학 조교와 강사로 활동하는 등 폭 넓은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때문에 미술에의 시각이 깊고 넓다. 30대 중반을 넘어섰음에도 미술관 인턴에 도전한 용기는 배울 점이다.

그는 “전통회화에서 다리는 현실세계와 이상세계를 연결하는 의미다. 안견의 ‘몽유도원도’가 안평대군의 쉼이었던 것처럼 바쁘게 살아가는 삶 속 잠깐 길을 벗어나 한 곳을 바라보며 사색을 즐기는 시간을 제공하려 한다”고 취지를 전했다.

이보미는 교동아트미술관에 근무하며 레지던시와 전시업무를 해 와, 행사 진행 틀을 안다는 평을 받는다. 현재도 나이답지 않은 뚝심과 지도력으로 맡은 바를 충실히 해내가고 있다. 그는 “다리가 단절된 지점을 서로 연결하듯, 젊은 기획자와 젊은 미술가들이 관람객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교감하는 다리이고 싶다”고 말했다.

김효원은 학예실의 비타민 같은 존재다. 각종 교육과 체험을 전문적으로 운영할 뿐 아니라 어린이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는 “출품작들은 자연 속 풍경과 동물들, 우리들의 모습을 재해석해 표현하고 나타낸다. 작가의 의도를 공감해보고 다른 상상을 해보며 바쁜 일상을 잠시 내려놓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석원 관장은 “일체 간섭하지 않을테니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 덧붙여 전시로서 말하고 평가받는 존재가 바로 기획자라고 했다”면서 “한걸음씩 천천히, 최선을 다해서 자신을 실현시키는 과정을 제대로 밟기 바란다”고 조언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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