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자의 정치사상은 예치로 집약할 수 있다. 예로써 다스린다는 뜻인데 공자의 덕치사상이나 맹자의 왕도사상과 차이가 난다. 그는 맹자가 덕의 감화력에 의한 정치방식 즉 왕도정치를 주장하는데 대해 같은 견해를 갖고 있지만 권세와 무력으로 다스린다는 패도정치도 어느 정도 받아들인다. 잘 알려진 대로 순자는 인간의 본성을 악하게 보았기 때문에 권력에 의한 신상필벌 즉 법으로 다스려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는 15세 때부터 원대한 치국의 포부와 문무지략을 갖추고 자신을 알아주는 군왕을 찾아 열국을 주유했다. 하지만 공자와 마찬가지로 평생 자신을 품어줄 군왕을 찾지 못했다. 결국 그는 치국의 뜻을 접고 대학자로서 자신의 길을 갔다.
  순자의 예치 사상은 후일 그의 걸출한 제자인 사상가 한비자와 정치가 이사에 의해 법치주의로 위상을 굳건히 하게 된다.
  그런데 순자의 생각은 그저 군주를 하늘처럼 떠받들어야 한다는 것과는 다르다. 군주가 권세를 휘두를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백성들의 지지가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백성의 소리가 군주를 세우기도 쓰러트리기도 한다고 보았다. 군주가 덕으로 정치를 해야 백성들이 따르고 그래야 정치가 제대로 된다는 인식이다.
  그런 인식은 ‘순자’의 다음 구절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배가 물에 뜰 수 있는 것은 물이 배를 받쳐주기 때문이며, 물이 마음만 먹으면 배를 전복 시킬 수도 있다. 군주의 지위도 민중에 의해 받쳐지는 것이므로 민중이 정치에 불신을 갖게 되면 배가 물에 전복되듯 군주의 지위도 위태롭게 된다. 임금이 편안해지고자 한다면 정치를 평화롭게 하고 백성을 사랑하는 것보다 나은 것이 없다”
  그런데 이 구절이 교수신문에서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 1위에 올랐다. ‘군주민수’ 즉 임금은 배이고 백성은 물이라는 뜻이다. 설문에 응한 611명의 교수 중 32%인 198명이 이 사자성어가 올해 시국을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이라고 보았다. 2위는 ‘역천자망’ 즉 천리를 거스르면 망한다는 뜻이 차지했고 3위는 ‘노적성해’ 즉 작은 이슬이 모여 큰 바다를 이룬다가 자리했다.
  상위권 사자성어 셋이 모두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인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과 촛불 시위, 탄핵 사태를 꼬집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순자의 정치사상 핵심은 지도자의 덕과 솔선수범이다. 군주민수는 부덕한 위정자들에 대한 엄중한 경고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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