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정권 출범의 영향 /한국은행 전북본부 강성대 본부장

 

우리 경제를 둘러싼 국제환경 중에 미국은 아직도 가장 중요한 변수이다. 교역규모에서 중국에 밀려난 지 오래지만 금융과 정치, 외교, 군사 부문의 직간접 영향을 더하면 여전히 압도적이다.
내년 초에 미국의 신정부가 출범한다. 정권교체를 이룬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언행은 거칠 것 없다. 미국의 정책에 변화가 예고되는 대목이다. 국제사회도 익숙한 기존 질서의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변화는 대개 고통을 수반한다. 그래서 우려의 시선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국내에서도 당연히 미국 정세에 관심이 높다. 금년보다는 확실히 우리 경제와 전북 경제의 불확실성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했다. 어떤 부분이 득이 될지, 어떤 부분이 실이 될지 한 번 차분히 짚어볼 필요가 있다.
먼저 미국의 금리인상부터 보자. 미국 중앙은행인 미연준(Fed)은 내년에 최소 세 차례의 금리인상을 말하고 있다. 2015년 12월 인상으로 제로금리를 탈피하고 금년 12월 한 차례 더 인상한 바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예고에 대해 불만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연준의 미국 경기 상황에 대한 인식은 확고하다. 일각에서는 연준이  이미 금리인상 시점을 놓쳤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변이 없는 한 최소한 두 세 차례의 인상은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출이 걱정된다. 대외의존도가 높고 외환위기를 경험한 우리 경제에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동결한 상태에서 미연준이 세 차례 더 인상하면 미연준의 금리 수준이 한국은행과 같거나 높아지게 된다. 금융시장에서는 이 경우까지 가지 않더라도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은 국내 금리 상승압력으로 작용하리라 예상하고 있다.
그렇지만 미국 금리인상의 다른 면도 봐야한다. 미연준의 금리인상은 결코 악의에서 나온 조치가 아니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미국경제의 호전에 기인한다. 실물부문에서 높아진 수익률 변화를 금융부문에 적기에 매치시킴으로써  경기상승 흐름을 더 길게 가져 갈려는 것이다. 미국경제는 한 해 국내총생산이 18조 달러(2015년 기준)로 세계 경제의 24%를 차지하고 있다. 2015년 한 해 수입액은 2.8조 달러에 달했다. 미국경제의 장기 호조는 세계 경기를 견인하는 강력한 엔진이 될 것이다. 미연준의 금리인상은 우리에게 자금유출 우려, 금리상승 압력을 상쇄하는 유리한 여건이 될 수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보호무역주의자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지만 주장을 자세히 들어보면 현재의 국제 통상 질서 자체가 아니라 미국에 불리한 교역 조건을 바꾸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미국 제조업의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통상정책 변경으로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 조건은 악화될 소지가 있다. 그렇지만 트럼프의 기대대로 변화된 통상정책이 미국의 경기상승세를 더 가속화하게 되면 우리 기업의 대미수출 기회도 그만큼 확대될 것이다.
트럼프의 외교안보정책은 그의 경제 우선의 실용주의 성향, 그 동안의 발언 등으로 볼 때 실익 없는 대결적 개입은 지양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반도는 현재 한미일 연합과 북한 간 최고조의 군사·외교적 대결국면을 형성하고 있다. 우리의 안보정책상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 와중에 개성공단 철수 등 남북한 경제교류도 완전히 얼어붙었다.
트럼프 당선자는 한반도에서의 지나친 외교·군사적 대결을 지양할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측해 본다. 미대선 기간 중 북미 최고위급의 햄버거 대화가 거론되었다. 최근에도 북미간 접촉에 관한 기사가 심심찮게 보도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타고 남북한 경제교류가 재개된다면 전북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 전체가 새로운 기회를 맞게 될 것이다. 다만 북한이 어떤 자세를 보일 것인지가 관건이다. 지속되는 긴장은 북한경제에도 큰 부담이므로 대화 가능성은 높다 하겠다.
미국의 대한반도 군사외교 정책 중 주변국과 이해가 엇갈리는 사안이 있다. 사드배치 문제다. 사실여부를 떠나 중국은 한반도 사드배치가 중국의 안보에 큰 위협이 된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사드배치로 내년에 중국의 경제보복이 본격화될 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이 부분은 예단하기가 어렵다.
트럼프 당선자가 중국과 대결적 입장에 서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면 중국의 우리나라에 대한 경제보복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당선자가 지나친 미중간 긴장이 미국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면 사드배치 문제도 어떤 식으로든 조정과정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자세는 특히 중국과의 협력이 절실한 전북 경제의 입장에서는 매우 중대한 사안이다. 중국의 새만금 투자, 대중 식료품 수출, 유커의 전북 관광 등 다방면에 걸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우리 안보와 경제적 이익에 엄중한 영향을 미칠 사안이므로 정치권의 지혜로운 대처가 긴요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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