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창조한 최고의 아름다움, 인체. 그 완전하지만 변화무쌍한 소재를 짧게는 3분, 길게는 5분 간 그려 넣는 과정은 감정과 정신, 체력을 일순간 끌어 모아야 하는 사투다. 잔가지에 치중하느라 원하는 포즈를 놓치는 등 실수의 연속이다. 그럼에도 순간의 미학에의 매임(?)은 현재진행형이다.

교동아트미술관(관장 김완순)이 지난 27일부터 내년 1월 8일까지 교동아트스튜디오에서 초대전 ‘정해춘 개인전-율동 그리고 그림자’를 열고 있다. 꾸준히 크로키에 천착해 온 작가는 20여점의 작품을 통해 내공과 색깔을 펼친다.

그가 속한 ‘전주누드크로키회’는 2002년 창단이후 크로키와 채색작업을 하고 있으며 결과물을 정기전 및 전국연합전에서 선보이고 있다. 특히 정해춘은 모임을 통해 갈고 닦은 실력에 자신만의 개성을 결합, 개인전을 여는 등 지역에서 생소했던 크로키를 하나의 장르로 정착시키는데 일조했다.

전시에서는 순간의 움직임을 빠르게 포착하면서 사람의 몸이 지녀야 할 비율과 균형, 무게감을 놓치지 않는 노련함을 보여준다. 작업을 앞둔 긴장과 떨림도 드러낸다. 작가노트를 통해 “꼭 붙잡아 굳은 석고상처럼 박제하리라. (중략) 조금만 더 버텨주길 바라지만 야속하게도 율동은 어느 새 다음 포즈로…이리도 허탈한 시간이 또 어디 있을까. 아직도 선경은 멀기만 하다”라고 밝힌 바 있다.

김완순 관장은 “찰나의 크로키로 선의 강약을 조절해 때로는 역동성을, 때로는 리듬감을 보여줬다. 단순해 보이는 크로키의 무한한 가능성을 드러낸 것”이라며 “그날 그때 기분에 따라 펼치는 자유로운 필치의 세계를 만나보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원광대 사범대학 미술교육과와 같은 대학원 회화과를 마쳤으며 개인전 15회와 다수의 그룹, 단체전에 참여해왔다. 현재 노령회, 토색회 회원이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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