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립국악원(원장 곽승기)이 개원 30주년을 맞아 구술 채록의 보폭을 넓혔다. 인간문화재가 아닌 국악에의 공로, 국악원과의 인연이 남다른 이들을 대상으로 특별호를 출간한 것.

전북의 전통예인 구술사 30주년 특별호 <19권 전라북도립국악원 초대원장 황병근 편>, <20권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명인, 익산 성포농악 이인수 편>, <21권 생애 마지막 구술, 호적구음살풀이춤 명무 김 숙 편>이다.

‘전북의 전통예인 구술사’는 전통예인들의 삶과 예술세계를 구술 채록하고자 2011년부터 2017년까지 계속되는 7개년 사업으로 전북도 지정 예능보유자 중 연장자 순으로 구술 의지가 있는 이들 24명을 취재하고 있다.

뜻깊은 해를 기념해 인간문화재 시리즈를 잠시 멈추고 선정대상을 확대했다. 국악원에 공로가 큰 이, 문화재가 아니어도 예술 활동이 존귀한 이, 국악행정가, 국악연구자를 대상으로 선정위원회를 거친 결과 최종 세 명이 결정됐다. 국악원의 시작을 함께했던 초대원장 황병근과 익산 성포농악 이인수, 올해 7월 세상을 등진 전 전북무용협회장 김 숙 회장이다.

기존 시리즈처럼 예술가의 길로 접어든 계기부터 과정, 인생의 크고 작은 사건, 희로애락에 이르기까지 삶과 예술세계를 모두 다루고, 주인공들의 말씨를 그대로 기록해 생생함을 더한다.

<19권 전라북도립국악원 초대원장 황병근 편>에서는 1980년대만 하더라도 국악인들을 ‘쟁이’ ‘딴따라’라 부르며 천대하고 활동 지원책도 마련되지 않은 현실에 주목, 전북도립국악원 설립과정을 주도했던 황 초대원장의 발걸음을 좇는다. 채록은 김정태 학예연구사가 맡았다.

출생부터 석전 선생의 전시를 기획하고 관리하던 시기, 전북국악협회장 활동부터 국악원 설립 및 운영 시기, 전라북도의회 제5대 의정활동부터 현재 성균관유교총연합회 전라북도본부 회장 시기 세 영역으로 나눠 살핀다.

<20권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명인, 익산 성포농악 이인수 편>은 조세훈 교육학예실장이 채록해 가족사, 유년시절, 공연활동, 전수활동, 성포농악, 성포별신제로 구성한다. 특히 성포농악이 왜 뛰어난지, 왜 그렇게 됐는지를 다룬다.

여느 마을농악이 그러하듯 성포농악 역시 농업이 중심인 마을공동체가 와해되면서 전승이 어려워졌으나, 다행히 이인수의 제자 임승용을 중심으로 금강성포좌도농악보존회의 전승활동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을 언급한다. 성포농악의 세 가지 영역인 대동두레굿, 걸궁굿, 사물놀이 중 현재 많이 치고 있는 건 걸궁굿이고 최고는 대동두레굿이라고 덧붙인다.

<21권 생애 마지막 구술, 호적구음살풀이춤 명무 김 숙 편>은 서경숙 학예연구사가 채록했다. 최근 세상을 떠난 전 전라북도 무용협회 지회장 김 숙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어린 시절 무용 입문, 젊었을 때 남편인 금파 김조균 선생과의 인연, 아버지와의 갈등과 사랑, 집을 팔아 참가한 대한민국무용제, 2015년 전국무용제 유치 및 진행과정, 전라북도 무용협회지회장 3회 연임 중 활동사항이 잇따른다.

곽승기 원장은 “풍부한 전통예술 인적자원을 보유한 전라북도에서 그들이 살아온 삶의 자취를 더듬어 보는 일은 국악원의 몫”이라며 “예술의 편린을 살필 수 있는 잣대가 될 뿐 아니라 전라북도 국악발전에 초석을 다지는 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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