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적으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21일 전북 김제 한 산란계 농장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AI 간이검사에 양성반응을 보인 닭들을 살처분 하고 있다. /유경석기자·disovery2@

전북지역 최대 산란계 밀집지역인 김제 용지에서 AI가 발생해 ‘가금류 농장 초토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대규모 살처분과 함께 지속적인 계란 값 폭등이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도 방역당국이 재난 상황에서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21일 전북도에 따르면 김제시 용지면 용수리의 한 산란계 농장에서 닭 100여마리가 폐사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간이 검사를 실시한 결과 4개 모두 AI 양성 반응을 보였다.
이에 해당 농장 닭 15만마리와 해당 농장주가 운영하는 인근 농장의 닭 11만마리 등 26만마리에 대한 살처분에 들어갔다. 또 22일 예방적 차원에서 반경 500미터내에 위치한 8개 농가의 닭 24만마리를 추가 살처분할 계획으로 하룻새 용지에서만 50여만마리가 매몰처리된다.
지난달 21일 김제 금구면에서 AI가 처음 발생해 한 달 동안 68만여마리가 살처분된 것을 놓고 볼 때 이번 살처분은 엄청난 규모에 이른다.
이에 방역당국은 김제시 용지면 내의 추가발생을 주시하고 있다. 김제시 용지면에서 사육되는 산란계는 160만~175만수로 도내 전체 산란계(333만7000마리) 수육두수의 절반이 넘는다. 하루 생산되는 계란 수만 150만개 이상으로 이미 방역당국은 계란 값 상승에 일정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더욱이 이번에 AI가 발생한 용지면의 방역대 3킬로미터 이내에는 128만4250마리(55농가), 10킬로미터 이내에는 288만마리(58농가) 등 총 455만마리의 닭과 오리가 대규모로 사육되고 있다.
이처럼 도내 전체 산란계 농가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용지에서 AI가 발생한 가운데, 뚜렷한 확산 방지 대책이 없는 상황 속에서 결국 가금류 농장이 초토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정부나 도 방역당국에서 방역의 실패를 인정하거나 시스템을 개선하지 않고 철새에 모든 원인을 덮어씌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앞으로 더욱 추워지는 기온에 따른 소독 효과도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시중에 판매 중인 AI 예방 소독약의 경우 소독 효과가 평상시에도 떨어진다는 문제가 꾸준히 제기됐는데,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소독 효과는 더욱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도내 가금 관련 단체 한 관계자는 “매년 고병원성 바이러스의 원인으로 철새를 지목하며 방역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라며 “AI 발생 후 인근의 가금을 모두 살처분하는 것은 농가에게만 피해를 전가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현재 도내에서는 24개 농가에서 AI가 발생했으며, 예방적 살처분 농가까지 포함해 59개 농가에서 총 120만9000마리가 살처분됐다./김대연기자·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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