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죽었다”
  1880년대 ‘망치를 든 철학자’ 니체가 이렇게 선언했을 때 모두들 경악했다. 니체는 뒤이어 말했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는 초인을 소망해야 한다. 이제 우리 스스로가 신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니체는 초인이란 지금 이곳에 충실하며 신의 죽음을 확신하고 영겁회귀의 진리를 깨달은 사람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칼끝을 기독교를 향해 겨냥했다. 기독교가 인간을 노예도덕에 빠지도록 했다는 것이다.
  물론 서구에서 기독교가 공세에 시달린 것은 훨씬 전이다. 16세기에서 19세기에 걸쳐 과학의 시대가 열리고 근대 인간중심주의가 개막하면서 기독교는 그 위세를 잃어갔다. 갈릴레오와 뉴턴, 다윈이 주도한 과학혁명은 결정적이었다. 특히 다윈은 진화론을 주장함으로써 기독교 신의 세상 창조를 정면으로 부정했다. 무종교와 자유주의, 과학기술은 근대사회의 가장 큰 특징이 된 것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니체가 등장하고 철학 면에서도 무신론 내지 무종교가 점차 득세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고 종교가 근본적으로 흔들린 것은 아니다. 종교는 여전히 구원을 약속함으로써 마음의 평온을 가져다줄뿐더러 삶의 활력이 되고 도덕성을 높이며 인간이 봉착하는 근본적인 물음에 대해 해답을 제공한다. 서양에서는 기독교가 여전히 다수가 믿는 지배적인 종교이고 이슬람교와 불교 역시 일정 지역에서 큰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다만 종교의 힘이 예전만 못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무종교 비율이 처음으로 절반 이상으로 올라갔다. 1985년 통계조사가 시작된 이래 처음 일이다. 작년 종교 인구는 모두 2155만 명으로 전체의 44%에 그쳤다. 나머지 56%는 종교가 없다고 응답했다. 특히 20대는 65%, 10대는 62%가 무종교인 것으로 나타났다. 불교와 천주교 신도가 많이 줄었고 개신교는 어느 정도 늘어났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4년간 경매에 나온 종교시설의 낙찰률은 4분의 1에 불과했다고 한다.
  이렇듯 무종교가 확산되는 것에 대한 해석은 구구하다. 현대사회가 과학기술과 이성 중심 사회라는 근본적인 진단부터 개인주의의 일반화, 경제 침체 등등 이유가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종교가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삶과 죽음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는 종교가 아니면 해결할 길이 없다. 종교와 과학이 각기 다른 진리를 추구하는 만큼 사이좋게 공생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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