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전북현대 최강희 감독이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AFC ‘올해의 감독상’도 수상했다. 지난 2005년 감독으로 취임한 최강희는 전북을 ‘가족’이라고 생각한다. ‘팀을 떠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어떻게 ‘가족’을 버리느냐”고 반문한다.
2017년 ACL과 K리그 우승을 노리는 최강희 감독을 만났다. 인터뷰는 지난 6일 진행됐다.

▲ 우승 소감.
-10년만에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해 기쁘고 행복하다. 2011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ACL 결승에서 패하면서 봤던 팬들의 울음이 한으로 남았었다. 5년만에 우승을 차지해 마음의 짐을 덜었다. 당시 팬들의 절망감과 한을 이번 우승으로 갚았다. 팀이나 개인으로 봐서 우승하고 싶었고 해야 되는 숙명이었는데 2016년은 해피엔딩, 행복하다.
▲ 전북과 인연 10년을 한 마디로 압축한다면.
-전북 구단과 감독, 팬들하고 가족이 된 것 같다. 감독은 계약직으로 언제 잘릴지 모르지만 10년 이상을 한 팀에 있다 보니 가족 같은 느낌이다. 전북은 ‘가족’이다.
▲ 감독 재임 기간 중요한 사건이나 전환점이 있다면.
-먼저 2006년 ACL 우승이 전북의 팀 변화를 일으키는 큰 계기가 됐다. 
다음으로 2009년 정규 리그 첫 우승은 팀 발전의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평소 선수들에게 진정한 명문팀이 되려면 리그 우승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리그 우승을 차지하려면 선수 구성이나 수준 높아야 하는데, 당시 수준은 그러지 못했다. 팀이 좋은 환경을 갖고 있어야 좋은 선수들이 입단하는데 당시 팀은 어려웠다. 하지만 2009년 리그 우승으로 (클럽하우스를 짓는 등)전북은 새로운 시대를 맞게 됐다. 
그리고 세 번째는 올 시즌이다. 시즌 도중 심판 관련 사건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감독으로 힘들었지만 구단, 팬들도 힘들어했다. 팀 존립이 위기일 정도로 큰 사건이었다. 사건을 겪으며 팀을 떠나야겠다는 극단적인 생각도 가졌다. 무엇보다 팬들의 자부심, 그동안 키웠던 전북에 대한 자부심을 상실하게 했다는 점에서 죄책감도 들었다. 그렇지만 선수들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똘똘 뭉쳤다. 정규리그 우승은 놓쳤지만 K리그 33경기 무패, ACL 우승이라는 큰 선물을 받았다.
▲ 스스로 생각하는 전북의 장단점은.
-전체적으로 장점이라면 팀이 이제 우승컵도 가져오고 정상권에 있지만 팀에 대한 팬들의 충성도를 꼽을 수 있다. 전주월드컵경기장의 열기가 타 구단 구장보다 엄청나게 뜨거워졌다. 서포터즈 말고도 일반 관중의 경기 몰입도가 높아졌다. 여기(전주)가 K리그인지, 유럽 어느 구단 운동장인지 모를 정도다. 감독이 (우승)성적이나 (우승)컵을 가져 올 수 있지만 분위기는 못 만든다. 전에는 얌전한 전북 관중들에게 유럽 경기장의 열기를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현재는(경기장 열기를 만들어낸)전북 팬들에게 진심 감사드린다. 팬들이 분위기를 만들어주니 선수들이 홈에서 자부심을 갖고 힘을 낸다. 팬 덕분에 선수들은 신나는 경기를 하고 팬은 즐거움을 얻는다. 일반 관중이 함께 열광하는 전주월드컵경기장 분위기가 최고의 장점이다. 
현재 단점은 별로 없다. 지금 환경과 인프라가 다 잘돼 있다. 5년전 만 해도 단점 투성이였고 보완할 점이 많았다. 어느 순간, 2009년 리그 우승이후 클럽하우스가 만들어지고 팀 성적이 오르면서 환경이 좋아졌다. 지금 좋은 선수 구성을 지키고 취약 포지션을 보완해서 홈에서 수준 높은 경기를 계속 보여주는데 집중하겠다.
▲ 전북에서 가장 이루고 싶은 일은.
-욕심은 끝이 없다. ACL 우승했으니 내년에 2연패하고 정규리그도 우승하고 싶다. 현 선수단 구성이 타 구단보다 수준이 높지만 선수 욕심을 접을 수 없다. 내일(7일)일본으로 출국한다. 눈앞에 닥친 클럽월드컵을 잘 마무리하고 단장, 구단과 같이 머리를 맞대고 팀 업그레이드 작업을 해야 한다. 선수  영입 등 겨울에 잘 준비해 2017년 ACL과 K리그 우승을 할 수 있는 스쿼드를 만들어야 한다. 올해 행복하지만 내일부터는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서 저 자신을 채찍질하고 좋은 팀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다. (욕심이 많은 것 아닌가요?) 감독이 욕심을 버리고 안주하면 선수들이 금방 눈치 챈다. 선수들이 ‘우리 감독이 만족 하는구나’느끼면 바로 팀에 영향이 간다. 감독은 애절해져야 한다. 축구감독은 욕심을 버리는 순간 죽은 목숨이다. 제 자신부터 다져나간다. 그건 욕심 아니고 그렇게 해야만 한다. 
▲이재성 이적은
-재성이는 본인이 강력히 원하면 보내줘야 한다. 본인이나 구단 이미지를 위해서라도 중국이나 중동 보다는 유럽이 좋다. 또 본인에게 큰 오퍼가 안 나오면 잔류해서 여름 이적 시장을 보는 것도 괜찮다. 이적에 정답은 없다. 지도자로서 선수들에게 큰물에 가서 활약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는게 맞다.
▲내년 전력 보강은
-포지션별로 보강이 필요하다. 측면수비, 중앙수비를 보강할 계획이다. 공격은 현재 이동국, 에두, 김신욱, 이종호가 있어 포화상태다. 만약 이재성이 이적하더라도 빈자리는 이승기로 채울 수 있다. 현재 많으면 3~4군데 보강을 고려하고 있다. 고민은 K리그 선수 가운데 전북으로 올 만한 선수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또 유럽에 진출한 선수의 유턴은 만만치 않다. 클럽월드컵이 끝나면 빠르게 영입 작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영입설은 소문으로 생각하면 된다. 내년 1월 14일 두바이로 전지훈련을 떠난다. 
▲내년 기대할 선수는
-최규백과 장윤호가 올해 잘해 줬지만 내년에는 껍질을 벗고 업그레이드 돼야 한다, 동계 훈련을 통해 한 단계 성장해 주전 선수로 도약하기를 기대한다. 신인 가운데에서는 연세대 1학년을 중퇴하고 입단하는 중앙수비수 김민재에 기대를 걸고 있다. 신장이 189㎝인 김민재는 개인 기술과 일대 일 대인방어 능력이 좋다. 이재성 이후 최고의 신인이 될 가능성이 높은 선수다.
▲선수 기용 기준은
-특별한 기준은 없다. 훈련에서 컨디션 좋은 선수를 기용한다. 시합 이틀 전에 갖는 자체 청백전에서 상대에 맞춰 준비한다. 편견없는 선수 기용이 중요하다. (편견이 드러나면)선수들이 금방 안다. 팀이 깨진다. 컨디션이 50-50이면 연장자를 기용한다. 49-51이면 당연히 51인 선수를 기용한다. 선수들에게 미리 공지해 동의를 구한다. 선수들이 불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선수들 기량 차이는 종이 한 장 차이다. 이동국, 에두, 김신욱, 이종호에게 농담으로 ‘가위 바위 보’로 결정하라고 농담 한 적도 있다. 감독의 존재 이유는 이런 미세함을 관리하는데 있다. 선수기용과 관련해선 ‘전북 문화’있다. 이동국을 비롯한 노장들의 솔선수범하는 모습이 젊은 선수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친다. 이런 노장들의 희생이 있기에 좋은 팀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게 되고 성적으로 나타나게 된다. 노장들에게 감사하다.
▲ 스트레스가 많을 것 같다. 어떻게 해소하는지.
-유럽에서는 축구 감독이 일반인보다 수명이 짧다고 할 만큼 감독은 극한 직업이다. 하지만 이미 넘어선 것 같다. 한 팀에 오래 있으면서 생긴 노하우가 있다. 경기에서 지면 운동장을 나가는 선수에게 ‘나가면서 잊어버려라’고 한다. 감독이 경기 내용을 지적하면 선수들이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감독이 스트레스를 선수들에게 풀면 안 된다. 저 자신도 빨리 잊고 선수들에게는 다음 경기를 준비하라고 지시한다. 이기면 하루만, 1시간만 즐거워하라고 한다. 우승하면 3일만 좋아하고. 이번 ACL 우승은 더 좋아 해라했다, 큰 대회니까(웃음). 승패는 반복되는데 연연하면 스트레스만 받는다. 빨리 잊고 다음 경기 준비에서 나선다.
▲ 가족에게 어떤 가장인지.
-가족에 대한 고마움을 평생 안고 가야한다. 스승님이 일과 가정, 2가지를 다 잘하려고 하지 말라고 하셨다. 가화만사성이란 말이 있지만 못 지켰다. 올해가 결혼 30주년이다. 식사 한 번 하고 봉동으로 돌아 왔다. 가족들에게는 난 하숙생이다. 30년 간 나를 이해 해준 가족들에게 감사하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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