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문지서 바라본 억경대 방향 성벽

한옥마을에서 주차할 곳을 찾는 것은 쉽지 않은 길이다. 하지만 전주천 건너 국립무형산원에는 비교적 주차공간이 많다. 전주교육대학을 접하고 있는 한글테마거리를 구경하고 새롭게 조성된 산성길로 들어선다. 남고산성 1.4㎞라고 적혀 있는 안내판을 따라 5분여 올라가면 보도블럭 길이 끝나고 데크로 조성된 산성길을 만난다. 전주에는 한옥마을을 중심으로 한 도보 관광코스가 많이 있다. 이 가운데 시나브로 길은 한옥마을과 전주의 주요 역사 유적인 남고산성을 둘러보는 코스다. 특히 남고산성에서 전주천까지 이어 지는 산성천은 지난 여름 정비 공사를 마치고 그 모습을 드러냈다. 새롭게 조성된 산성길을 따라 올라가보자.

▲ 산성길

이 곳은  2012년 지방하천 정비사업 지역으로 선정돼 지난 여름 완공됐다. 데크로 이뤄진 산성길도 정비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된 결과물이다. 
최근에 조성된 덕에 주변에 벤치와 쓰레기 처리 시설 등이 비교적 깨끗이 관리되고 있다. 조금 더 올라가면 대아산성아파트 맞은 편 부근에서 오른쪽으로 잘 쌓여진 계단이 보인다. 이 계단으로 올라가면 남고산성 천경대로 바로 오를 수 있는 능선길이다. 한 두 시간 등산하는 기분을 느끼고 싶다면 이 코스를 추천한다.
올라 가는 동안 왼쪽으로 산성천을 건너 차량이 다니는 도로로 건널 수 있는 징검다리가 놓여 있다. 사과 상자 한 개를 놓을 만한 작은 공터에 파를 심어 놓은 모습도 보인다. 길 건너 남고사 이정표가 보인다. 미끄럼 방지를 위해 바닥에 설치한 ‘논슬립’이 도움이 된다.

▲ 산성길 지킴바위

조금 더 가면 버스 회차 장소가 보이고 여기에 높이 3미터 정도의 긴 바위가 서 있다. 바위 옆에는 ‘산성길 지킴바위’라는 안내판이 있다. 안내판에는 ‘이 바위는 산성 4교 공사 중 나온 바위로 깨서 버리려고 바위를 움직이던 중 길게 누워 가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어서 이 자리에 산성천 지킴바위로 세웠다. 이 바위는 산성천과 산성길을 지키고 여기를 찾는 모든 사람들에게 행복과 행운을 가져다주고 지켜주는 바위다’고 적혀있다. 바위가 스스로 버틸 일은 없겠지만 공사 중 나온 바위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입힌 노력이 아름답다. 쓰여진 대로 이 길을 지나는 사람에게 행운이 온다면 더더욱 좋은 일이다. 
지킴바위를 구경하고 걸음을 이어가면 오른쪽 계단 데크에 다다른다. 몇 가구가 사는지 스레트 지붕이 얹어진 우물이 시간의 흐름을 말해 준다. 낙엽으로 덮힌 데크길을 지나면 삼경사에 도착한다. 삼경사 담장에는 아직 가을을 잡고 있는 단풍나무가 잎사귀를 흔들며 애절하게 바라본다. 
여기서 남고산성 성벽을 만난다. 왼쪽으로는 만경대를 갈 수 있고, 오른쪽 성벽은 천경대로 올라가는 길이다. 
남고산성은 사적 294호로 지정돼 있다. ‘고덕산 자락을 따라 쌓은 이 산성은 고덕산성으로도 부르며 후백제의 견훤이 도성인 전주의 방어를 위해 쌓았다 하여 견훤성이라고도 한다. 현존하는 성벽은 임진왜란 때 왜군을 막기 위해 쌓은 것인데 그 뒤 조선 순조 13년(1813년)에 고쳐 쌓고 남고산성이라 했다. 성안에는 많은 주민이 살았으며 동, 서에 성문을 두고 관아, 창고, 화약고, 군기고 등 각종 건물이 즐비했다. 산성 방어의 지휘소로 남장대와 북장대를 두고 남고사의 승려들을 산성 수호에 활용했다. 남고산성은 성벽이 많이 허물어졌는데, 현재 성의 둘레는 약 3㎞다. 성안에는 관성묘와 산성의 시설 및 규모와 그 연혁을 기록한 남고진 사적비가 있다.<남고산성 안내판> 

▲ 관성묘

여기서 관성묘 앞 까지는 황토길 체험코스다. 황토길과 포장 길이 이어지는 편안한 길이다. 길 옆 기도터가 있고 이미 좁아질 대로 좁아진 산성천에는 물이 졸졸 흐른다. 
관성묘 앞에는 방문객들이 쉴 수 있는 휴식 시설이 조성됐다. 벤치와 작은 쉼터들이 잘 구성돼 있다.
관성묘는 전북 문화재자료 5호다. 
‘관성묘는 주왕묘(周王廟) 또는 관제묘(關帝廟)라고도 하며, 중국 후한(後漢)의 성장(聖將)인 주우(周羽)를 무신(武神)으로 제사 지내는 곳이다. 우리나라에서 관우 신장을 신봉하는 신당이 널리 전파되기는 임진왜란 때로써 당시 명나라 유격장군이었던 진인(陣寅)이 울산 싸움에서 부상을 입고 지금 서울에 있는 남묘(南廟)자리에 머물러 치료를 받고 있었는데 명나라 군사들은 싸움터에서 자주 관우신장의 영(靈)을 통하여 그 가호를 받았다고 믿는 데에서 열렬한 관우숭배자인 그는 이곳에 묘를 세우고 관우의 신상을 안치했다고 한다. 전주의 관성묘는 고종 32년(1895)에 당시 전라도관찰사 김성근(金聲根)과 남고별장(南固別將) 이신문(李信文)의 발기로 각처 유지들의 헌납성금으로 건립되었다.’<전주시 홈페이지>
입구에는 관성묘를 찾아 기도를 드린 사람들의 흔적이 남아 있다.
관성묘 앞에는 주차 공간이다. 고덕산으로 등산을 가는 사람들이 많이 이용한다. 여기에서 5분여 더 걸어가면 동문지다. 대성정수장으로 넘어가는 고개다. 왼쪽은 억경대, 오른쪽은 동포루지로 갈수 있다. 
동포루지 발굴조사는 지난 4월 발표됐다. 당시 조사 결과 2차례에 걸쳐 축조가 이루어진 석축성벽과 이 성벽의 바깥쪽에 쌓은 1기의 치(雉) 시설, 치 상단에 양호하게 남아 있는 초석 건물지를 발견하는 학술적 성과를 거뒀다. 성벽을 바깥쪽으로 돌출되도록 쌓아 적을 전면과 좌우측면에서 공격할 수 있도록 만든 시설물인 치(雉) 시설은 건물지 내부에 다량의 목탄과 고열에 노출돼 변색된 석재 등이 퇴적돼 있어 화재로 인해 폐기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됐다. 

▲ 삼경사 앞 단풍

남고산성 동쪽 끝 지점인 동포루지에서는 3㎞가 떨어진 고덕산으로 가거나 천경대를 거쳐 삼경사 방향으로 하산할 수 있다. 초 겨울 전주에서 쉽게 역사문화와 자연환경을 접할 수 있는 시나브로 길을 추천한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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