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사길

오피니언l승인2016.12.02l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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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조 역사상 유명한 암행어사는 두 사람이다. 한 사람은 경종과 영조 때에 걸쳐 활약한 박문수이고 다른 한 사람은 춘향전의 주인공 이몽룡이다. 물론 박문수는 실존 인물이고 이몽룡은 허구의 인물이다. 박문수는 거의 전설에 가까운 이야기들을 한 가득 안고 있는 사람이다. 암행어사의 임무 상 많은 일화를 남기게 마련이지만 특히 박문수를 둘러싼 이야기는 숫자도 많고 재미도 있다.
  사실 박문수가 널리 알려진 계기는 일제 강점기 중외일보라는 신문에 ‘어사 박문수’라는 소설이 연재되면서부터다. 노성산인으로만 알려진 저자는 호서와 영남지방을 누비며 민의를 잘 살핀 박문수를 집중 조명했다. 그는 바른말을 잘하고 강직한 성품으로 탐관오리는 가차 없이 처벌하고 백성들에게는 한없이 따뜻했다.
  그래서 백성들은 억울하고 힘든 일을 당하면 어사 박문수가 출도하기를 손꼽아 기다렸다고 한다. 소설에서만이 아니라 실제로도 그는 단호하고 사리에 밝은 일처리로 영조의 총애를 받았다. 또 임금에게도 무조건 고개를 조아리는 게 아니라 자기 할 말은 다했다. 
  그의 수많은 일화 중 무주 구천동 이야기도 있다.
  박문수는 임무를 수행 중 무주 구천동에 이르렀다. 밤이 깊어 잠자리를 찾지 못한 그는 등불 켜진 집을 발견하고 그 집에 유숙했다. 그런데 주인인 유가 노인이 젊은이에게 자기를 죽여 달라고 애원하는 것을 보았다. 연유를 물은 즉 유가노인의 아들이 딴 여자와 간통을 하자 그쪽에서 대신 유가노인의 며느리를 데려가겠다고 한 것이다. 그래서 온 식구가 죽자고 달려든 것이다. 박문수는 이 지점에서 마패를 들이밀고 이 문제를 원만히 해결해주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유가노인은 마을을 이끌어가는 지도자로 잘 살고 있다고 했다.
  덕유산국립공원 측이 최근 구천동에서 백련사에 이르는 옛길을 복원하고 그 이름을 어사길로 정했다고 한다. 소설 박문수전에 나타난 이 이야기를 토대로 한 것이다. 원래는 주민들이 이용하던 길이었으나 새로 길이 뚫리면서 묻히다시피 했다. 3.8km에 이르는 이 길은 금강모치 생태놀이터를 비롯해 소원 성취의 문과 무병장수의 길 등이 두루 산재한 명품 산책길이 될 것이라는 기대다.
  어떤 상품이든 스토리가 입혀지면 그 가치는 천정부지로 치솟게 마련이다. 무주 구천동의 새 길도 박문수 덕분에 명소가 될 게 분명하다. 유능하고 청렴하며 강직한 박문수의 캐릭터는 오늘날에도 귀감이 되고 남는다. 이 길을 걸으며 느끼는 것이 많아야 한다. 단순히 자연을 즐기는 데서 벗어나 역사적 의미를 새기는 것도 가치가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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