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신경숙의 작품 ‘부석사’는 겉으로는 사랑에 실패한 남녀가 만나 여행을 하는 단순한 스토리다. 하지만 자신들이 겪는 마음의 상처와 아픔을 극복해나가는 내면의 여행이라는 점에서 돋보인다. 작가 스스로도 가장 자기다운 사랑 이야기라고 술회했다고 한다.
  이 두 남녀는 한 오피스텔에 사는 이웃으로 평소 얼굴이나 알고 지내는 사이다. 그런데 둘 다 믿는 사람들로부터 배신을 당하고 방황하다 같이 영주 부석사로 자동차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두 사람을 태운 승용차는 눈보라에 갇히고 끝내 부석사에는 도착하지 못한다. 그 과정서 둘 사이에서는 미묘한 감정의 교류가 있었지만 거기서 더 나아가진 못한다. 작품은 다양한 상징과 은유를 통해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에게 무언가 묵직한 메시지를 전한다.
  이처럼 문학은 치유의 기능을 한다. 좀 더 이론적으로 접근하자면 문학의 기능은 교훈적 기능과 쾌락적 기능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치유는 바로 쾌락적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독자들은 문학을 대하면서 작중 인물과 동일시하거나 모방함으로써 심리적 즐거움을 맛보는 것이다. 심미적 구조를 갖춘 소설이나 시를 통해 정신과 감정이 순화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를 ‘카타르시스’작용이라고 불렀다.
  교훈적 기능도 물론 중요하다. 진리와 삶에 대한 깨우침이 문학 속에 오롯이 담겨 있다는 인식이다. 그래도 더 문학에 구미가 당기는 것은 역시 재미와도 통하는 쾌락적 측면이다.   그래서 올더스 헉슬리는 “문학은 정화된 쾌락의 모든 근원 중에서 가장 뛰어난 것이다”라고 갈파했다.
  올해 전체 책 판매량에서 문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7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라는 소식이다. 인터넷 서점 예스24에 따르면 올들어 11월21일까지 전체 책 판매량에서 문학이 차지한 비중은 17.9%였다. 이는 2010년 이후 최고치라고 한다. 출판계에서는 이런 현상에 대해 “소설가 한강의 맨부커상 수상, 경기침체 장기화로 인한 힐링 욕구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요즘 들어 문학의 죽음을 말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다. 영상시대의 도래와 가볍고 부담 없는 문화 소비 등의 여러 요인들 때문에 문학소비가 점차 줄어드는 데 따른 진단이다. 하지만 여전히 문학책들이 서점가의 상위 랭킹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듯하다. 고단한 삶과 현실 속에서 마음을 기댈 수 있는 곳은 극히 적다. 문학이 튼튼한 정신적 지주가 될 수 있다. 문학이 구원이 될 수는 없을지 몰라도 적어도 위안이 되는 것만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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