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내 곳곳에 설치된 시각장애인들의 보행권 보장에 도움을 주는 음향신호기가 제 역할을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

음향신호기는 시각장애인이 횡단보도를 안전하게 건널 수 있도록 신호등의 변화를 소리로 알려주는 장치다.

하지만 음향신호기가 설치된 신호기는 아주 적을 뿐만 아니라 일부는 작동이 안 돼 무용지물인 경우도 있어 개선이 요구된다.

실제 29일 오전께 찾은 전주시 효자동 한 사거리 교차로 횡단보도 주변에는 시각장애인용 음향신호기가 설치돼 있었지만 주변으로 스티로폼 등이 놓여있어 보행에 방해가 되고 있었다.

비장애인에게는 쉽게 피해갈 수 있는 장애물이지만 앞이 보이지 않는 시각 장애인에게는 버튼 하나 누르는 것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또 설치된 음향 신호기의 높낮이가 제각각이었으며 버튼을 누르면 알람 소리가 나와야 하지만 그 기능마저 상실한 채 방치돼 있는 것도 일부 목격됐다.

전주시 덕진동 전북대학교 인근 사거리 교차로에는 음향 신호기가 4곳에 설치돼 있었지만 이 중 1곳은 버튼이 눌리지 않았다.

음향 신호기 버튼이 설치된 높이 또한 4곳 모두 달랐다.

또 고장 신고를 접수하는 문구는 점자 문자가 아닌 일반 글자로 적혀 있어 시각장애인은 전혀 알 수 없도록 돼 있었다.

각 자치단체는 시각장애인들이 버튼을 찾지 않아도 작동시킬 수 있는 리모컨 지원 사업도 실시하고 있지만 홍보부족 등의 이유로 외면 받고 있다.

지난 2011년부터 현재까지 전주지역 시각장애인들에게 배부된 리모컨은 모두 400여 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각장애인의 보행 편의를 위해 설치된 시각장애인용 음향신호기가 사실상 시각장애인들로부터 외면 받으면서 무용지물로 전락한 상황이다.

시각장애인들이 제각각이거나 무용지물인 신호기의 필요성을 거의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음향신호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정기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며 “고장 신고가 접수되면 빠른 시일 내에 수리한 뒤 신고자에게 민원 내용에 대한 처리 결과를 통보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하미수 기자·misu7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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