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산이 단풍 산행객들로 붐빈다. 지리산, 덕유산, 적상산 등 높은 산은 물론 내장산, 대둔산, 선운산도 매일 매일 붉게 물들어 간다. 이때쯤이면 대둔산 케이블카를 타려면 한 두 시간 탑승대기는 기본이다. 가파른 계단을 통해 마천대를 향해 가는 인파도 많다. 가을 대둔산이 품고 있는 경치를 보기위해서다. 

▲ 참나무

대둔산의 단풍은 단풍나무도 있지만 주로 참나무와 상수리나무 단풍으로 기암괴석과 사시사철 푸른 소나무가 잘 어울려 산수화 병풍처럼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호남의 금강산’이라는 대둔산(878m)의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코스는 여럿이다. 
가장 많이 이용하는 코스는 케이블카를 타고 금강구름다리 근처까지 올라간 뒤 여기서 금강구름다리를 거쳐 정상 마천대로 가는 길이다. 약 70m 아래 깊은 계곡을 발아래 두고 금강구름다리를 건너면 공포의 삼선계단이 기다린다. 발아래를 내려 보거나 뒤를 돌아보지 못하고 위 만 바라보고 올라가야하는 삼선 계단은 대둔산만이 갖고 있는 매력이다. 
삼선계단을 지나 너덜 계단을 20분 정도 올라가면 막걸리를 파는 매점이 나온다. 한말짜리 물통을 잘라 만들어 걸쳐놓은 지게가 볼거리가 된다. 여기가 주능선이다. 왼쪽으로 5분 정도 가면 마천대다. 

▲ 지장암 가는 길

오른쪽 능선은 용문골 삼거리를 거쳐 낙조대로 이어진다. 등산로가 잘 정비되지 않았지만 약간 거친 산행길이 주는 묘미도 있다. 곳곳에 경치가 좋은 큰 바위가 많아 잠시 쉬면서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하지만 난간 등 안전시설이 거의 없어 안전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주능선 매점에서 40분 정도 걸으면 낙조대에 도착한다. 해가 지는 아름다운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는 낙조대는 사진작가들이 많이 찾는 장소로 알려져 있다. 남쪽으로 마천대와 서쪽으로 월성봉, 바랑산이 보인다. 
용문골 삼거리에서 낙조대 대신 용문골 길로 내려서면 케이블카 승강장으로 가는 갈림길을 지나 완주(여수)~금산(청주)을 통과하는 17번 국도를 만나는 용문골로 갈 수 있다. 용문골은 ‘선도대사가 도를 닦고 있을 때 용이 문을 열고 승천했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골짜기다. 
마천대 남쪽으로는 서각봉과 안심사로 이어지는 등산로가 있다.

▲ 이정표

사람들로 북적이는 정상을 향한 산행이 싫다면 단풍 숲에 앉아있는 사찰을 둘러보고 숲길을 걷는 것도 좋다. 
운주면소재지에서 안심사 가는 길은 감나무 풍년이다. 곶감을 만들기 위해 매달아 놓은 감들이 즐비하다. 감나무는 이파리를 모두 떨어뜨린 채 가지마다 실한 감을 ‘꽉 물고’있다. 

“감나무가 감을 꽉 물고 있드냐?”
“네, 감이 달려있어요”
“됐다, 그 감나무 살 것 구나”
10월 말 섬진강 시인으로 유명한 김용택 시인 생가에 문학기행팀 일원으로 갔을 때 시인이 들려준 얘기다.
병원에 입원하고 계시던 어머니가, 진메마을 집 앞 마당에 옮겨 심은 감나무가 뿌리를 잘 내렸는지 궁금해 하시며 했던 대화내용이란다.
감이 ‘달려있냐?’고 묻지 않고 ‘꽉 물고 있냐’고 묻는 그 말이 바로 ‘시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 안심사

안심사는 신라 선덕여왕 7년(서기 638년)에 지장율사가 창건했다. 한국전쟁 이전까지는 30여 채의 전각과 13개의 암자가 있었던 웅장한 사찰이었지만 빨치산을 토벌하는 아군에 의해 불타버렸다. 현재 건물은 대부분 전쟁이후 다시 지었다.
일주문을 지나면 안심사 아래 공터에 차를 주차할 수 있다. 

▲ 금강계단

절의 규모는 크지 않다. 현재 불사를 통해 여러 건물을 다시 세우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적멸보궁 뒤 ‘금강계단’(보물 제1434호)이다. 부처의 치아 사리 1과와 의습 10벌을 봉안하려고 17세기 중반인 1759년 쯤 조성된 구조물이다. 석고 조형물들은 조형 수법이 탁월하여 새로운 미술사적 연구 자료로 평가받는다.
절을 둘러보고 조금 되돌아 나오면 최근 새로 만들어진 이정표가 눈에 들어온다. 지장암과 마천대 정상(3.45㎞) 이정표다. 
적당히 걷기 좋은 길이다. 잎사귀를 다 떨어뜨린 산벚나무 사이로 단풍나무와 생강나무의 빨갛고 노란 잎들이 맑은 가을 하늘빛에 눈부시게 곱다. 지장암 삼거리를 거쳐 재미있는 전설이 전해 내려오는 쌍바위까지는 1㎞가 채 되지 않는다. 가을 산을 만끽하기에 충분한 거리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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