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 생산량 증량 거부 문제로 “귀족노조의 배부른 투정”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노조가 최근엔 계속되는 시내버스 출고 지연 사태에 화가 난 고객들로부터도 뭇매를 맞고 있다.

최근 전일여객, 군산여객 등 호남지역 시내버스업체 사장단 7명은 최근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을 항의 방문하고, 계속되는 시내버스 출고 지연 사태에 대해 대책과 개선 방안을 제시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이석동 공장장 등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경영책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들은 “시내버스 공급이 제때 잘 안 돼서 사업에 막대한 차질을 빚고 있다. 어떻게 소비자가 차 달라고 동냥하고 구걸을 해야 하느냐? 갑질하지 마라”고 격렬히 항의했다.

이들은 또 “시내버스는 법적으로 대·폐차 기간이 9년으로 정해져 있는데, 공급을 제때 안 해 주면 해당 노선은 폐지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우리 시내버스 사업자들이 몇 십 년 간 어렵게 가꿔온 사업기반이 무너질 뿐 아니라 해당노선을 이용하는 시민들도 큰 불편을 겪게 돼 특히 교통약자들이 큰 피해를 입게 된다”고 강조했다.

호남지역 시내버스업체 사장단은 이와 관련해 “타 지역에 있는 경쟁 자동차업체에서는 현대자동차와의 계약서를 첨부할 경우 계약해지에 따른 피해 일체를 다 책임지는 것은 물론 올 연말까지 시내버스 제품을 차질 없이 공급하겠다는 입장”이라며 “현대자동차가 시내버스를 제 때 공급해주지 못할 경우 지난 수십 년 간 현대 시내버스 제품을 애용해 온 우리는 모든 계약을 해지함은 물론 앞으로도 거래를 끊겠다”고 최후 통첩했다.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은 시내버스업체들의 이 같은 불만과 계약 해지 사태가 구체화 되거나 확산될 경우 중장기적으로 시내버스 등 중대형 상용차 사업의 존립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판단 아래 현재 관련 부문 전체가 머리를 맞대고 다각적인 대응 방안을 강구 중이다.

특히 대·폐차 기간 등 사용연한이 길어서 한 번 고객이 이탈하면 10년 가까이 지나야 다시 해당 고객을 되찾아올 수 있는 시내버스 시장 속성을 감안할 때 시장점유율을 빼앗기기 시작하면 그 후유증이 매우 크다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 회사는 지난 6월 단일 수출계약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인 투르크메니스탄 시내버스 500대를 수주하면서 납기 대응을 위해 시간당 생산대수를 30% 늘리는 생산량 증량 방안을 추진해 왔으나, 노조의 완강한 반대로 4개월째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중이다.

이에 따라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은 타 공장으로 생산물량을 이관하거나 타 지역에 외주화공장을 신설하는 방안까지도 검토했었으나, 기존 전주공장을 활용하는 게 최선책이라는 판단 아래 그 동안 노조와의 협상에 총력을 기울여 온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노조와의 협상이 결렬되면서 최고경영층을 중심으로 전주공장 생산물량 일부 또는 상당량을 타 공장으로 이관하거나 타 지역에 외주화공장을 신설해 소화하는 방안이 다시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중이다.

이 경우 전주공장은 더 이상의 성장이나 발전 없이 현상 유지에만 급급하다가 중대형 상용차 경기가 어려워질 경우 고사될 수도 있다는 비관적인 관측도 나오고 있어 전북지역 경제에도 어두운 그늘이 드리워질 전망이다./완주=임연선기자lys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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