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 호메로스는 서양 문학의 아버지 격이다. 그는 앞을 못 보는 음유시인이었다. 그를 평생을 방랑하면서 악기에 맞춰 이야기를 읊었고 청중들은 그에게 돈을 주었다. 때때로 구걸도 해야 할 정도로 그는 궁핍했다.
  하지만 그의 문학적 업적은 눈부시다. 서양 문학의 원류를 형성하는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아’는 그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기원전 800년을 전후해 들어온 페니키아 문자와 여기서 발전한 그리스 문자를 통해 호메로스는 이 위대한 두 작품을 기록했다. 이렇게 해서 호메로스는 음유시인의 전형이 됐다.
  음유시인은 문자의 발달로 점차 빛을 잃었다가 중세 유럽에서 다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13-14세기 유럽에서는 예능인이자 시인인 음유시인들의 활동이 활발했다. 이들은 각국을 순회하면서 하프나 작은 북을 연주하고 그에 맞춰 노래를 불렀다. 내용은 주로 로맨스였지만 때로는 뉴스인 경우도 있었다. 중세 음유시인들은 특히 풍부한 레퍼토리와 잘 짜인 곡조, 율동적인 운율로 인기를 한 몸에 모았다.
  15세기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발명은 음유시인에게는 결정타였다. 이제 시나 로맨스가 담긴 책들이 대량으로 싼 값으로 보급되기에 이른 것이다. 당연히 음유시인이 할 일이 없어졌다.
  현대에 들어 음유시인은 또 한 번 재탄생하게 된다. 바로 대중가요를 부르는 가수들 가운데 심오한 가사와 운율로 이야기를 전하는 가수들이 그들이다. 특히 1960년대 등장한 포크록은 과거 음유시인들과 여러 면에서 흡사했다. 그들의 노래에는 여러 가지 진지한 메시지들이 담겼고 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올 노벨문학상에 수상자 밥 딜런은 포크록 가수다. 스위스 한림원은 선정 이유에서 “위대한 미국 노래 전통 안에서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조해냈다”고 평가했다. 한 관계자는 “그의 작품은 시로 읽기에도 완벽하게 훌륭하다”고 찬사를 보냈다. 밥 딜런에게 우리 시대의 음유시인이라는 별칭이 따라다니는 것이야말로 노벨 문학상 수상의 가장 탄탄한 근거가 될 것이라는 해석이다.
  아직은 가수의 노벨 문학상 수상이 낯설어서인지 논란이 뜨겁다. 노래 가사가 어떻게 문학이냐는 항의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고대 음유시인이라는 서양문학의 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진지함과 저항성, 작가주의 등 고급예술로서의 요소가 풍부한 게 바로 밥 딜런의 작품 세계다. 요즘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K-팝도 빨리 성장해서 노벨상의 경지에 이르렀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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