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기사 내용의 특정 사실과 관련없음.

국내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국악경연,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이하 대사습). 주최, 주관처 중 하나인 전주시는 대사습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하고 대사습청을 건립할 계획 중에 있다. 또한 익명의 기부자는 지난해부터 1억 6,100만 원을 기부해 판소리 명창 부문 장원인 대통령상의 상금이 역대 최고 수준인 4,000만 원으로 증가했다.

대사습을 조명하기 위한 다각도의 노력이 이뤄지고 있는 시점에서 작년 출전자와 심사위원 간 뇌물의혹이 불거진 데 대해, 복수의 국악인 및 문화예술인들은 사실여부와 상관없이 대통령상과 기부가 없어지거나 문화재와 대사습청까지 백지화되는 건 아니냐고 걱정했다. 그러나 어느 경연에나 있을 법한 뿌리 깊은 관행으로 없어져야 하며 이를 계기로 검토하자는데 이견은 없었다.

그렇다면 대사습의 명맥을 올곧게 이어갈 수 있는 방안은 뭘까. 대회 권위와 직결되는 심사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해야 하며 이를 위해 권한이 집중돼선 안 된다는 게 중론이다. 2회에 걸친 기획에서는 심사위원 선정부터 심사 결과에 이르기까지 심사 전반에 직‧간접적 영향을 끼치는 두 축 심사위원과 집행부에 초점을 맞춰 대안을 살펴본다.

 

(상) 공정한 심사

대부분의 국악대회들이 몇몇 심사위원에게 전권을 부여하고 있는데 경연자들의 실력을 살피고 점수를 매기는 절대적 위치다 보니 권한을 이용해 원하는 것을 얻으려는 움직임이 심심찮게 포착된 바 있다.

대사습 또한 이번 논란이 심사위원과 출전자 사이에서 벌어져 심사위원의 권력 아닌 권력을 분산할 수 있는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심사위원부터 살펴보면 자격요건은 해당 분야 문화재와 대사습 등 각종 국악경연 대통령상 수상자를 중심으로 20년 이상 실기인, 이론가, 교수에게 열려있다.

구성의 경우 참가자 접수를 마감한 다음 또 다른 주최, 주관처인 ㈜문화방송/전주MBC와 (사)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가 협의해 인력풀을 구성하고 2, 3일 전 연락을 취해 가능한 이들이 맡게 된다. 부문별 7명(전국대회 기준)이다.

이와 관련해 심사회피제의 활용을 제한하자는 목소리가 가장 높았다. ‘심사회피제도’는 참가자의 직접 스승 및 8촌 이내 친인척이 심사위원으로 참가 시 해당 위원의 심사회피를 신청하는 것으로 참가자의 점수는 해당 위원을 제외한 타 위원들의 평균으로 결정된다. 본선에서 이따금 사용되고 있지만 진정한 회피가 아니라는 측면에서 반대하는 이들이 여럿이다.

국악 전문가 A는 “점수가 빠진다 해도 위원석에 앉아있다는 거 자체가 문제다. 주변 위원들이 그의 제자임을 알고 부담을 느낄 뿐 아니라, 해당 위원이 제자 경쟁자인 또 다른 경연자들의 점수를 매기는데 얼마나 냉철할 수 있을까. 제자 외 참가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라며 잘못된 규정이라고 꼬집었다.

참가자 접수가 끝난 다음 심사위원을 구성하는 만큼 번거롭더라도 확인절차를 밟고 그럼에도 제외하지 못했을 시, 불가피하게 한정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데 뜻이 모아졌다. 청중(관객)평가단에 대한 요구도 적지 않다.

예전처럼 귀명창이 많지 않다는 우려도 있으나 본선 혹은 대통령상 해당 부문에서 부분적으로 시행해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을 통해 예선을 통과한, 누가 돼도 이상하지 않은 본선 진출자 중 한 명을 고르는 거고 과거 대사습처럼 청중들이 직접 개입할 수 있는 판을 만듦으로써 국악 대중화에도 일조할 거란 판단에서다.

전주MBC가 진행하는 판소리명창 서바이벌 ‘광대전’에서 청중평가단을 도입해 큰 호응을 얻었다는 것도 많은 이들을 통해 들을 수 있었다. 더불어 심사위원 폭을 넓히자고 말했다.

자격조건은 폭넓지만 여느 국악대회가 그렇듯 소리꾼을 비롯한 관련 부문 실기인이 중심에 서 있고, 이는 전문성 담보라는 차원에서 충분히 일리가 있다. 그러나 분야별 정통한 실기인 외에도 역량을 가늠하고 심의할 수 있는 이들은 다양하다는 분석이다.

국악 관계자 B는 “이론가가 한, 두 명 정도 참여할 때도 있지만 구색 맞추기에 그치는 거 같다. 하지만 소리에 대해 창자만큼이나 고수가 제대로 판별할 수 있고 산조에서도 악기명인과 함께 소리꾼이 짚을 수 있는 부분들이 분명 있다”면서 “명창, 명인이 주축을 이루되 다른 국악장르의 명인이나 이론가 또한 지금보다 적극적이고 다채롭게 고려해보면 좋겠다”라고 제안했다.

모든 제도가 바뀐다 한들 심사위원들의 양심, 윤리의식이 깨어있지 않다면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잘못된 관행이 오래되고 만연해 문제의식조차 없는 상황에서 형식적인 것들을 바꾼들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입을 모은다.

문화예술기획자 C는 “선생님들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당연시 여기던 익숙한 것들을 하루아침에 털어내긴 어렵겠으나 천천히 조금씩이라도 해 나가야 한다. 그것만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며 “당장은 아니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제 살을 깎아먹고 국악계 전체가 뒤안길로 사라지는 일임을 기억해줬음 한다”라고 말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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