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준환 작

보이는 것을 통해 보이지 않는 것을 들여다본다.
  공간 시은이 여섯 번째 기획전으로 10일부터 7월 25일까지 ‘사물_껍질’을 연다. 지역 원로부터 중진, 서울 및 지역 청년까지 폭 넓게 아우른 뒤 화랑 운영자라면 피할 수 없는 정체성에 대한 회의감이 찾아들었다. 사물을 조명하는 지역안팎 청년작가 3인전을 기획한 이유다.
  큐레이터 채영은 전시는 전시답게 하되 대중은 대중대로 끌어안는 이른바 ‘대안적 상업화랑’을 구현하겠다고 지난해 6월 개관 당시 밝혔으나, 몇 번의 기획전과 초대전을 준비하면서 현실과 이상 사이 크나큰 간극을 경험해야 했다.
  작품세계를 들여다보고 결과물을 선택해왔지만 시은 옆 자리한 카페 오차드에 어울리는, 내용과는 상관없이 예쁜 그림들이 호응을 얻다보니 어떻게 꾸려가야 할 지 의문이 들었다고.
  여준환 이영은 전지수를 택한 것도 그 때문이다. 사물이 중심인 회화를 하다 보니 겉만 보거나 일차원적 해석에 그치는 등 현재 고민과 맞닿아서다. 전시에서는 사물 즉 대상에 투영된 내면을 들여다보자고 말한다.
  여준환은 사탕과 장난감, 보석 같은 수집품으로 주제 ‘황홀한 충돌(charmix)’을 구현한다. 인간의 끝없는 욕망과 그로 인해 빚어진 인간소외, 물질만능 같은 문제들을 해학적이면서도 감각적으로 풍자한다.
  한남대와 국민대 대학원에서 회화를 전공했으며 3번의 개인전을 갖고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2015년 통영 옻칠미술관 레지던시 입주는 옻이라는 재료를 인식하는 기회가 됐다.
  이영은은 옷에 천착한다. 의복을 나와 타인‧세상을 소통케 하는 경계이자 매개체로 정의내리고 고립되거나 독립된 곳에서 빠져나와 군중이 있는 곳으로 스며들었을 때 비로소 공존함을 느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세종대와 같은 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하고 여러 신진작가전과 아시아프 등 아트페어에 참가해왔다.
  유일한 전북 출신 전지수는 졸업 후 진로라는 성장통을 겪으면서 달라졌다. 신체 노출이 그렇다. 일본만화 속 미소녀의 벗은 모습에서 영감을 얻었음에도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느낌이 들지 않는 건 그들처럼 당당하고 자유롭고 싶은 작가의 의지가 깊게 배어있기 때문일 거다. 전북대와 같은 대학원에서 한국화를 공부했으며 작년 갤러리 숨 신진작가 후원전 ‘두근두근’으로 생애 첫 개인전을 가졌다.  
  채영은 “시은은 상업공간과 전시 공간이 분리돼 있지만 동시에 공존하는 곳이라 그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기획했다”면서 “단순히 보이는 것만 고민하는 지금의 나와도 닮아있더라.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관객들이 어떻게 보는지도 알아본다면 갈 길을 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82-1153./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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