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얌빈을 수확하는 진안군 임강환, 전숙 부부

인구유출은 심각하고 아기울음소리까지 뜸해지는 등 미래 경쟁력을 잃어가던 전북을 보면서 "어떤 묘수로도 이를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최근 귀농·귀촌이 트랜드가 됐고, 전북지역이 귀농·귀촌의 메카로 떠오르면서 인구 감소에 대한 해결책이 보이기 시작했다. 귀농·귀촌인을 모셔오려는 전북도 및 시군들의 노력으로 귀농·귀촌인 증가에도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그런데 전북으로 귀농·귀촌했던 사람들 중 젊은이들이 역귀농하는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젊은이들이 다시 도시로, 수도권으로 빠져 나간다면 농촌은 또 다시 고령화될 것이고, 경쟁력은 다시 줄어만 갈 것이다. 이에 전북도의 귀농·귀촌 정책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책변화 왜 필요한가

전국 귀농·귀촌 가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전북지역으로의 귀농·귀촌도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는 모습이다.
통계청 조사에서도 전북지역은 귀농·귀촌 주요 목적지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귀농·귀촌 가구가 증가하는 만큼 다시 도시로 역귀농하는 인구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통계도 나오고 있다.
이는 젊은 귀농·귀촌인들이 준비없이 도전하는 비율이 컸던데에도 문제가 있다.
'젊음'은 곧 '돈이 없음'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도전하는 에너지는 크지만, 철저한 준비 없이 젊음만으로 도전에 나서는 경우도 많았다.
농사일이 조금 힘들더라도 순환이 빨라 돈벌이가 되는 것으로 알려진 채소를 재배하는 농가가 절반에 가까웠다.
이들 젊은층 때문에 귀농가구들의 평균 임차농지가 0.45ha일 정도로 소규모 농가 수가 늘었다.
하지만 어려움에 직면하면 이들에게는 마땅히 해결할만한 재력도, 지역 인맥도 경험도 없다.
때문에 이들은 궁핍함을 조금만 참으면 되는 도시로의 이주를 다시 선택한다.
결국, 귀농·귀촌 정책이 원점으로 돌아가게 되는 셈이다.
농촌진흥청이 2년차 귀농·귀촌인을 장기 추적 조사한 결과, 이들은 시골 인구증가와 고령화된 마을의 활력 유지에 없어서는 안될 정도로 중요한 존재가 돼 있었다.
인구유출이 가속화되고 아기울음소리가 끊기다시피 한 전북지역으로서는 무척 고무되는 정책 효과들이다.
특히, 잘 정착한 귀농·귀촌인들은 고학력자들도 많아 지역사회에 기여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평가다.
더욱이 젊은 귀농·귀촌인들임에야 전북에서 모셔와야 할 미래 주인들이다.
그래서 주거·농지·교육·판로 등 젊은 층에게 해결이 필요한 정책 위주로 귀농·귀촌 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귀농·귀촌이 트랜드가 됐고, 전북이 귀농·귀촌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는 이상 이제는 귀농·귀촌인 모집보다는 이들이 잘 정착할 수 있는 정책으로 변화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귀농·귀촌의 효과

귀농·귀촌인 스스로는 자신의 사회경제적 기여로 '인구 증가'를 가장 높게 평가했다.
농촌지역 주민은 귀농·귀촌 증가로 인한 긍정적인 변화로 '농어촌 마을의 인구 증가와 활력 유지'를 꼽았다. 
농진청 조사에서 귀농·귀촌인 스스로는 사회경제적 기여(복수응답)에 대해 '인구 증가(56.8%)'를 가장 높게 평가했고, 다음으로 '농산물 부가가치 향상(36.5%)'과 '지역사회 발전(36.2%)', '도농교류 활성화(35.3%)', '후계인력 확보(35.2%)', '혁신과 변화(31.6%)', '삶의 질 증진(31.4%)', '교육환경 개선(29.5%)', '마을공동체 회복(22.0%)' 순으로 응답했다.
또 농촌지역 주민들이 생각하는 긍정적인 변화는 '농어촌 마을 활력 유지(62.8%)', '영농에 종사할 인력 확보(27.9%)', '지역을 위해 일할 재능있는 인재 확보(20.0%)', '땅값 상승 등 주민재산 가치 증대(17.9%)', '지방세 등 지역 세수 증대(6.7%)' 등으로 응답했다.
전북도 및 각 시군에서 다양하게 추구하는 정책목표들이 귀농·귀촌 하나의 효과에서 고루 나타나는 것이다.
각 지자체의 정책 우선순위가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지표들인 셈이다.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귀농·귀촌

농진청이 한국농촌경제연구원과 최근 실시한 '귀농·귀촌인 정착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준비 기간은 '3년 이상'이 21.4%, '2년~3년 미만' 14.1%, '1년~2년 미만' 19.7%로 조사돼 절반 이상(55.2%)이 1년 넘게 준비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준비 기간이 없었다(9.2%)'는 비율은 매우 낮았다.
이들은 '조용한 전원생활을 위해(31.4%)', '도시 생활에 회의를 느껴서(24.8%)', '은퇴 후 여가생활을 위해(24.3%)', '새 일자리나 농업·농촌 관련사업을 위해(22.2%)' 귀농·귀촌을 택했다.
귀농·귀촌인 100명 중 55명은 1년 이상 준비했으며, 자신의 귀농·귀촌에 대해 46명은 '성공적'이라고 평가했고, '실패한 편'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5.1%에 불과했다.
이들은 도시로 다시 이주할 의향에 대해 대부분 '없다(72.1%)'고 답했다.
이들 중 51세 이상이 62.1%로 은퇴연령대가 주를 이뤘는데, 귀농귀촌 시기가 오래되고 연령대가 높을수록 정착 성공율이 높았고, 그만큼 준비도 철저했으며, '농업에만 전념하겠다'는 응답율이 높았다.
반대로 연령대가 낮은 귀농·귀촌인일수록 농업 외 다른 분야에 종사하거나 겸업하는 비율이 높았다.
또 농업에 전념한다 해도 농지 규모가 작거나, 현금 순환 속도는 빠르지만 일이 힘든 농사를 택했다.
특히, 귀농·귀촌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으로는 젊은 층과 노년층 모두 '여유자금 부족(47.2%)', '영농기술 습득(27.4%)', '농지 구입(25.5%)', '생활여건 불편(23.8%)', '지역주민과의 갈등(16.1%)' 순으로 꼽았다.
여유자금 부족, 농지 구입, 생활여건 불편 등은 젊은층 귀농·귀촌인이 넘기에 역부족인 어려움이다.

◆돈 없는 농업주체, 모객보다는 정착 지원 필요

이제는 젊은이들을 농촌에 쉽게 정착할 수 있도록 정착 지원에 중점을 둬야 한다.
농경연은 최근 '귀농·귀촌 정책 연구 포럼'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히고, 젊은이들이 안정적으로 농촌에 정착하도록 주거·농지·교육·판로 등의 지원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정책과 손경문 사무관은 "이제까지는 농업·농촌의 미래 주체인 젊은이들의 귀농·귀촌 모객에만 급급했던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젊음'은 곧 '돈이 없음'을 의미하며, 실제 최근 귀농·귀촌자 중 경제적 이유로 역귀농을 한 사례가 1/2에 이를 정도로 돈 없는 귀농인들의 정책 지원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손 사무관은 "젊은이들이 막상 농촌에 내려오면 당장 머물 집이 필요하고, 어느정도 농지를 임차해야 하며, 농산물 생산 노하우 전수 및 공판장 등 농산물 판로 확보가 필요하지만, 이 모든 걸 전해 줄 인맥마저 부족해 막막하기만 할 뿐"이라며 "귀농은 첫 3년이 가장 어렵다"고 지적했다.
마침 정부도 올해부터 귀농·귀촌 정책을 귀농 초기 최소한의 경제적 지원 등을 포함한 '귀농·귀촌 정착 단계' 지원으로 정했다.
▲실습과 일자리가 포함된 교육 지원 ▲농지은행사업을 연계한 농지임대 ▲귀농인의 집 확대 및 빈집알선 ▲농지구입·주택신축 자금지원 ▲지원근거 마련 등을 중점 추진 방향으로 잡았다.
세부 추진 과제를 보면, 그동안 지역별로 제한되고 수량도 적었던 농가 빈집 정보를 각 시군을 통해 확보하고, 소유자 동의 및 중재·알선·계약체결까지 시군에서 담당케 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도시민이 일정기간 농촌지역에 머물며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귀농인의 집'도 확대된다.
아울러 농지매입을 위한 자금여력이 낮고 농지 임차에도 어려움이 예상되는 젊은 도시민을 위해 △임차희망자 없는 소규모 농지 △임대수탁대상 제외 1,000㎡ 미만 농지 △매입비축농지 중 미임대 농지 △유휴지 등을 농지은행사업을 통해 알선할 계획이다.
더불어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를 건립해 숙박·교육·직업알선 등 귀농자들이 자연스럽게 농촌에 스며들 수 있게 지원한다. 

◆전북만의 정책 강점 만들어야

지방자치단체의 우수 지원사례도 정부가 고려할 정책이다.
'16년 2월 현재 전북지역에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40곳) '귀농인의 집'이 있으며, 귀농·귀촌 지속 지원금도 전국에서 가장 많은 시군이 선정됐다.
귀농·귀촌의 메카답게 정착 지원 우수사례도 다양하다.
고창군의 경우 귀농인 농가주택수리비(500만원) 지원 및 매입 후 5년 이상 임차, 귀농귀촌인의 재능기부 활용 지원(전기·통신 등), 집들이 비용(50만원) 등을 지원하고 있다.
순창군은 다수의 빈집정보 안내 및 임시거주용 둥지 조성 9개소, 집들이 비(50만원)와 이사비(100만원), 주택수리 및 신축(500만원 한도), 소득사업 융자지원 및 소그룹 마을조성 지원(도로·상수도 등) 등으로 귀농·귀촌인을 불러들이고 있다.
이들 지자체는 초기 정착 실패 요인을 줄이는데 정책을 집중하고 있다.
때문에 고창군과 순창군의 귀농·귀촌인 증가가 두드러진다는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정착 지원 정책이 전북도내 전 시군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귀농·귀촌인을 먼저 도와야 지역공동체 활성화 및 농촌 활력화 사업이 완성될 수 있다.
소득부족, 지역사회 갈등 등의 문제로 도시로 다시 역귀농하는 사례가 늘고 있고, 역귀농인 중 절반 가까이가 농촌에 머문 기간이 1년 미만임을 주지해야 한다.
젊은층 뿐만 아니라 장년층에게도 소득 부족 및 일자리 참여기회 부족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아울러 여성일자리 마련, 초기 거주비용 줄이기, 지역사회와의 상생 강화 등 젊은이들의 농촌정착을 지원해야만 지속 가능한 농촌을 만들어낼 수 있다.
농경연은 "젊은이들이 농촌에서 가족농으로 정착토록 하는게 정책의 핵심"이라며 "방과 후 마을학교 설립까지 정착을 위한 세부 과제에 공을 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황성조기자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