玉山湖

力衝天靑巖頂高
氣穿地玉山湖深
新綠林重情恨厚
春水魚躍雄志甚

陽陽照萬頃江流
牟麥熟大野豊心
竹筍盛芚節操剛
松花粉浮榮枯尋

玉山湖(옥산호) 옥산호

力衝天靑巖頂高(역충천청암정고)
구슬 뫼 땅심은
하늘을 찌르고
청암산 정상은 높아만 가네.
氣穿地玉山湖深(기천지옥산호심)
구슬 뫼 기운은
땅 바닥을 뚫고
옥산호 수심은 깊어만 간다.
新綠林重情恨厚(신록림중정한후)
연녹색 신록은
숲 속으로 빠져들고
정한은 두텁기만 하네.
春水魚躍雄志甚(춘수어약웅지심)
봄빛 가득 담은
호수에 물고기 뛰놀고
대장부 큰 뜻은 중후하다!

陽陽照萬頃江流(양양조만경강류)
태양은 가득 담은 봄빛을
저 멀리 흐르는
만경강 물줄기에 비치네.
牟麥熟大野豊心(모맥숙대야풍심)
청보리 봄바람에 한들한들
흔들리며 익어갈 때
큰 들에는 풍년의 넉넉함이 넘친다.
竹筍盛芚節操剛(죽순성둔절조강)
구불구불 구불길 가는 길
죽순이 솟아나면
선비의 절개와 지조 굳세네.
松花粉浮榮枯尋(송화분부영고심)
구슬 뫼 노랑 송화가루
물결에 떠다니면
이생의 영고성쇠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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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산 옥산호는 중생에게는 로망이다. 많은 도반들이 찾아보기를 권한다. 먼저 생각한 옥산호의 로망은 억새가 우거지고 8월 보름달이 휘영청 맑게 떠오른 밤에 둘러보는 일이다. 참 매혹적인 정경이다. 저 멀리 군산 앞바다에 파도가 밀려오면, 옥산호에는 달빛이 밀려올 것이다. 고요히 밤의 세레나데를 부르면 저 구슬 뫼를 넘어 황해 바다로 퍼져나갈 것 같다. 황홀한 밤의 옥산호를 아직 만나지 못했다. 아직은 꿈을 더 꿔야 하나 보다.
  그래서 신록에 잠긴 옥산호의 로망을 찾아 나선다. 어젯밤 강풍과 많은 비에 구슬 뫼는 티 없이 맑게 푸르다. 제방에 올라서니 호수의 잔잔한 떨림이 설렘으로 전해진다. 구불 길 가는데 많은 로망이 기대되기 때문일 것이다. 옥산호는 깊고 깊어서 끝을 알 수 없는 것 같다. 굽이굽이 40리 계곡을 감돌아 신비감을 더한다. 이토록 맑은 봄날에도 옥산호는 신비감을 더해준다. 땅심은 하늘을 뚫고 청암산을 불뚝 솟게 한다. 기운은 땅을 뚫고 호수를 더 깊게 한다.
  청암산 가는 길은 생명의 신록이 펼쳐진다. 신록 속으로 갈수록 수풀은 두터워지고 도반과의 정한은 두터워진다. 한발 한발 딛고 올라설 때 마다 백제인들의 숨결이 느껴진다. 발 아래 으스러지는 편마암의 부스러기가 백제인들의 발자국 소리로 다가온다. 구슬 뫼는 백제인들이 대륙으로 일본으로 나가는 길목을 지킨다. 선선한 바람에 백제의 향기를 가슴 깊이 느껴본다. 저 노송 옆에서 백제 무사가 나타나 반겨줄 것만 같다. 우리의 고향은 백제의 본향이다.
  청암산 정상에 올라서니 큰 들이 발아래이다. 저 멀리 흐르는 만경강은 봄빛에 반짝이며 은하수처럼 흐른다. 청보리가 봄바람에 흔들리며 익는 마을에는 풍년가가 울려 퍼지는 것 같다. 살기가 어렵다고는 하지만 옥산호 마을은 넉넉하기만 하다. 배불리 먹고 격양가를 부를 수 있는 옥산호가 중생의 진정한 로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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