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북대학교는 대학생활 중 학생들의 다양한 비교과 활동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통합경력시스템 ‘NEW 실크로드’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모범생을 넘어 모험생을 키우는 대학’이라는 슬로건답게 학생들에게 실력과 더불어 인성, 문제해결능력, 타문화 포용력 등을 종합적으로 키워주기 위함이다. 소위 말하는 ‘스펙’을 뛰어 넘어 학생 개개인의 ‘스토리’를 만들어 색깔이 분명한 인재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단순히 책 속에서 삶을 배우지 않고, 세상으로 한걸음 더 나아가 소통과 배려, 타문화 포용력 등을 종합적으로 기를 수 있게 하는 전북대만의 인재양성 스토리를 이남호 총장에게 들어본다.

-‘성숙’과 함께 ‘모험생’이 전북대를 대표하는 브랜드가 된 듯 하다.
▲그렇다. ‘모험생’은 우리 전북대가 추구하는 인재양성 브랜드다. 과거의 모범생은 시키는 일만 잘하는 인재였다. 그러나 그러한 인재들은 사회나 기업으로부터 각광받을 수 없다. 타인과 소통하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인재를 원하고 있다.
이렇게 자신만의 스토리와 문제 해결능력, 타문화 포용력 등을 두루 갖춘 인재가 우리대학이 내세우는 인재 브랜드 ‘모험생’이다.
-모험생을 키우기 위해 국립대 최초로 레지덴셜칼리지와 오프캠퍼스를 도입하셨다. 어떻게 되고 있나?
▲레지덴셜 칼리지는 국립대 가운데 우리 전북대가 처음 도입한 프로그램이다. 단순한 거주 공간이었던 기숙사에 생활교육 기능을 가미해 실력과 인성, 공동체 의식까지 함께 키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전북대 RC는 ‘생활 주제형’이라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같은 생활주제를 선택한 학생들을 한 층에 배치해 그 주제에 맞는 체험활동을 하도록 하고 있다. 올해 400여 명의 학생이 생활관에서 생활하며 예술과 벤처와 휴머니티, 에코, 커뮤니케이션, 스포츠 등 6개 분야로 세분화 해 진행하고 있다. 또한 자기주도 프로그램으로 캠퍼스 둘레길 탐방과 인성예절 체험활동, 선후배 간 멘토링, 다양한 특강 등에 참여하여 폭넓은 경험을 체득하고 있다.
오프캠퍼스 역시 그동안 대학에 산재해 있던 해외 교환학생 프로그램이나 현장실습, 각종 봉사활동 등을 큰 범주로 묶어 학생들이 졸업까지 최소 한 학기 이상은 다른 나라나 지역에서 생활하게 돕고 있다. 최근에는 해외 자매결연 대학에 학생들을 파견하는 프로그램을 확정해 450여 명의 학생을 최대 한 학기 동안 학생들을 해외로 보낸다. 이 외에도 국내 기업 현장실습이나 다양한 창업 활동, 봉사활동 등 다채로운 오프캠퍼스형 프로그램이 학생들에게 큰 만족을 주고 있다.
-이 때문인지 최근 유독 전북대에 모험생들이 언론을 통해 많이 알려지고 있다. 기억나는 모험생이 있나?
▲지난해 자전거로 미국 6천 Km를 거침없이 횡단한 이우찬 학생과 한국인 최초로 극한의 레이스인 ‘뚜르 드 프랑스’ 코스를 완주한 신지휴 학생이 기억에 남는다. 우리대학이 키워내고자 하는 ‘모험생’의 참 의미를 일깨워준 학생들이다. 이 학생들 이후 호주 대륙을 횡단한 학생들, 평소 관심 있어 하던 국제협력 분야에 대해 저개발 국가를 직접 돌아보고 이를 책으로 펴낸 여학생 4인방, 소아암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머리를 기르는 남학생 스토리 등을 연이어 접하면서 우리대학의 인재양성 방향을 학생들이 공감해주고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어 뿌듯한 마음이 든다.
-‘이남호 총장’하면 ‘소통’을 떠올리게 된다. 그만큼 소통을 잘했다는 의미일텐데, ‘이남호식 소통’은 어떤 의미를 담고,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축구장 7개 크기의 미국 페이스북 본사에는 칸막이나 벽이 전혀 없다. 2,800여 직원들은 이곳에서 자유롭게 소통하며 협업과 융합을 이루고, 창의력으로 이어지는 시너지가 창출되며 페이스북은 시가 총액 규모 세계 7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처럼 소통은 조직 발전을 가로막는 수많은 벽들을 무너뜨리는 힘을 갖고 있다. 그래서 취임 이후 구성원간의 소통, 그리고 지역사회와도 폭넓게 소통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 대학 가운데 처음으로 총장실에 ‘소통·복지팀’을 만들어 상시적 소통과 정감 있는 복지 정책들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구성원 모두가 매주 수요일 캠퍼스 둘레길을 걸으며 소통하는 ‘워크토크데이’나 열차 여행을 하며 창의적인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소복열차’, 누구나 총장을 찾아 가려운 부분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토요 데이트’ 등을 도입해 꾸준히 시행했다.
지역 거점대학으로서 지역과의 소통도 중요하다. 때문에 캠퍼스 유휴지를 개간해 지역민들에게 분양한 캠퍼스 텃밭이나 전북현대 축구단과의 협력과 대규모 응원전, 대학이 처음 주최한 대규모 어린이 날 행사 등을 통해 지역과의 지속적인 교감도 함께하고 있다.
-그간 성과도 다양했을 것 같다. 어떤 성과들이 있었나?
▲QS나 타임스 같은 세계적으로 공신력 있는 기관의 대학평가에서 국내 Top10 대학, 국립대 2위 위상을 굳건히 했고, 8개의 정부 주요 재정지원사업에도 선정된 유일한 대학이 됐다. 이를 통해 300억 원에 가까운 정부 지원을 확보해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비교과 영역 프로그램을 더욱 내실화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올해 국내 대학들의 가장 큰 관심을 받은 ‘인문역량강화사업(CORE 사업)’에도 선정돼 국립대 가운데 가장 많은 지원금을 확보하게 됐다. 또한 지난 3월 발표된 QS 세계대학평가에서도 우리대학의 수의학과 치의학 분야가 세계 100위권 이내에 들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특히 이 같은 결과는 서울 소재 대학들과 견줘도 전혀 뒤처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결과라고 생각한다.
-코어사업 선정은 인문학기 위기인 시대에 의미 있다고 본다. 어떻게 진행되나?
▲그간 인문 분야는 학과나 학문 분야가 백화점식으로 획일화 돼 있었는데 학제 간 벽을 허무는 교육과 지원을 통해 인문학을 기반으로 한 융·복합 인재를 양성하자는 게 이 사업의 최종 목표다. ‘글로벌지역학과군’과 ‘인문융합학부군’, ‘기초학문심화학과군’ 등 세 영역으로 특성화해 융·복합을 위한 대대적 개편이 이뤄질 예정이다.
세부적으로는 인문학 연구의 선순환 구조 창출을 위해 학문후속 세대 육성을 위한 각종 장학 혜택과 사회적 수요에 부합한 신규 융합전공 신설, 글로벌정보센터 등 국제 역량 강화를 위한 인프라 확충 등을 통해 거점대학으로서의 위상을 제고할 것으로 기대한다.
-인문역량강화사업과 관련해서 가장 한국적인 캠퍼스를 조성하고 있는 전북대 모습과 연관이 있을 것 같다. 가장 한국적 캠퍼스는 어떻게 조성되나?
▲전북대는 가장 한국적인 도시의 대표대학이다. 그런 만큼 지역과 문화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확대해 나가야한다. 우리대학이 가장 한국적인 캠퍼스를 조성해 세계적 브랜드를 만드는 것 역시 지역과 소통하는 방법일 것이다.
이와 관련해 우리대학은 지난해 정부와 지자체, 자체 예산 등으로 300억 원의 시설 예산을 이미 확보했다. 이 예산으로 국제컨벤션센터나 정문 겸 학생시민교류센터를 모두 한옥형으로 신축하고, 현재 진행 중인 인문사회융합관이나 법학전문대학원 신축 공사 등 시설 사업들도 대부분 한옥형으로 진행하고 있다. 구정문 주변에는 한옥타운도 들어서게 된다.
특히 이 한옥형 건물들은 대학 정문과 그 주변, 그리고 국제컨벤션센터는 덕진공원 옆에 각각 조성되기 때문에 우리대학이 보유하고 있는 정문에서 덕진공원, 건지산으로 이어지는 11.4Km의 캠퍼스 둘레길과 연계해 가장 한국적인 캠퍼스의 랜드마크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가장 한국적인 캠퍼스, 가장 걷고 싶은 명품 둘레길이 있는 대학이라는 전북대만의 브랜드를 확고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올 한 해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지난 1년 동안 새롭게 도입했던 사업들이 잘 정착될 수 있게 세심하게 다듬고, 우리대학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나가는 일에 가장 역점을 둘 계획이다. 이와 관련하여 캠퍼스 외형적인 부분에서 가장 한국적인 캠퍼스 구축과 세계에서 가장 걷고 싶은 둘레길 조성 등에 힘을 쏟겠다.
특히 모험인재 양성을 위한 각종 콘텐츠를 개발하고, 월드 클래스 학문 분야 육성, 악화된 재정난을 타개할 수 있는 정부 재정지원사업 유치 등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
-마지막으로 전북대 모험생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전 세계 SNS 대표주자인 트위터 본사에는 ‘내일은 더 좋은 실수를 하자’라는 문구가 걸려 있다. 이 말을 해주고 싶다.
실수는 실패가 아닌 것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일은 도전하지 않고 현실에 안주하는 것이다. 우리 학생들이 항구를 장식하는 배가 아닌 거친 파도를 헤쳐나가는 배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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