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 시 운전자의 시선을 막고 주유량보다 많은 금액을 설정해 판매하는 신종 수법의 주유소가 적발됨에 따라 운전자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한국석유관리원은 주유 시 주유기 계기판을 꼼꼼히 확인하지 않는 운전자들의 습관을 악용해 주유기 금액설정 조작으로 정량을 속여 10억여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경기 양평군 H주유소를 적발했다.

이 주유소에 대한 정량 미달 판매 의심 신고는 잦았지만, 정량 점검 결과 항상 정상으로 판명됐었다.

이에 석유관리원은 이 주유소에 대해 비노출 정량검사 차량을 이용해 지속적인 암행검사를 실시했고, 이 주유소가 특정 운전자를 대상으로 구매금액보다 적은 금액을 설정해 주유하는 방식으로 20~30%까지 적게 주유하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의 행위는 주유기 내부에 불법 장치를 부착하거나 프로그램을 조작해 정량보다 적게 주유되도록 하던 방식과는 달리 어떠한 증거도 남기지 않아 적발이 어려웠었다.

외부 고용인 없이 일가족이 함께 운영하던 이 주유소에서는 형제 중 A가 차량이 들어오면 운전자가 주유기를 잘 보지 못하도록 주유기보다 앞쪽으로 정차를 유도한 후 몸으로 가린 채 운전자가 주문한 금액보다 적은 금액을 입력하고 주유했다.

이때 형제 B는 주유기 뒤편에 서 있다가 주유가 완료되면 A가 결제를 위해 운전자의 시선을 끄는 순간 원래 주문했던 구매 금액으로 재설정함으로써 운전자가 주유기의 계기판을 통해 주유 금액을 최종 확인할 것에 대비했다.

또한, 가득 주유할 경우에는 주유 종료 후 A가 카드를 건네받는 동안 B는 주유 금액보다 많은 금액을 설정해 주유기 계기판에 표기되도록 한 후, 다시 A가 계기판을 확인하고 해당 금액을 결제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형제의 어머니는 정상적인 수입과 부당이익금을 구분해 기록하면서 매출관리를 총괄했다.

이들은 주유 시 주유기 계기판을 잘 확인하지 않을 것 같은 여성이나 노인을 주 대상으로 삼았으며, 3~4만원 구매 시 7~8천원 적게 주유하는 방식으로 2010년부터 최근까지 약 6년간 13만여명을 대상으로 10억6천여만원의 부당이익을 챙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석유관리원은 "정상적 주유 완료 시 계기판에는 주유금액과 주유량이 모두 표기되는데, 주유금액을 설정한 단계에서는 금액만 표기되는 점을 참고하라"며 "이번 신종 수법은 단속이 어려운 만큼 주유 시작부터 종료 시점까지 주유기 계기판을 꼼꼼히 확인 하고, 결제금액도 맞춰보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황성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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