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중반 고고학계에는 성서 관련 발굴로 떠들썩했다. 당시 고고학자들은 성서에 등장하는 도시에 대한 대대적인 발굴에 들어가 꽤 많은 성과를 거뒀다. 그 가운데서도 구약 창세기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 관련한 유물이 큰 반향을 일으켰다. 기원전 7세기 앗시리아의 앗시르바니팔 왕의 대도서관에서 12장의 점토 기록이 나온 것이다. 이 점토판에는 세계 최초의 문학작품으로 일컬어지는 ‘길가메시 서사시’가 적혀 있었다.

이 서사시에서 놀라운 발견이 이뤄졌다. 바로 노아의 방주와 똑 같은 대홍수 전설이 삽입돼 있었던 것이다. 영웅 길가메시의 선조 우트나피슈팀은 꿈속에서 신으로부터 대홍수에 대한 계시를 받았다. 그는 이 계시에 따라 방주를 만들고 가족과 동물, 식물의 씨앗 등을 실었다. 이윽고 때가 되자 어마어마한 양의 비가 연일 내렸고 방주를 제외한 모든 것이 초토화되고 말았다. 다만 신에 대한 경건한 경배자였던 우트나피규팀의 일족만 살아남아 인류의 생존을 가능하게 됐다.

노아의 방주와 아주 흡사하다. 그러고 보니 성서에 등장하는 노아의 방주 이야기의 원전이 바로 ‘길가메시 서사시’였던 것이다. 고고학자들은 이를 계기로 성서가 사실에 근거한 기록이며 따라서 노아의 방주도 어딘가에 존재할 것이라고 확신하게 됐다. 하지만 아직 노아의 방주라고 인정받는 유물은 나오지 않고 있다.

기독교는 노아의 방주 이야기에서 노아는 신앙의 모범으로, 방주는 교회로 그리고 대홍수는 하나님의 심판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산림청은 이달 중순 경북 봉화에 대규모 종자저장고를 준공한다는 보도다. 봉화가 선정된 것은 자연이 완벽히 보존되고 있고 도시로부터 격리돼 있으며 산림의 종 다양성이 확보된 때문이라고 한다. 이 종자저장고는 지하에 영구히 영하 20도의 온도와 40%의 습도를 유지할 수 있는 시설이다. 따라서 천재지변이나 핵전쟁과 같은 재앙에도 끄떡없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이 시설을 현대판 노아의 방주라고 부른다.

지금 지구촌은 환경파괴 등으로 인해 병들어가고 있다. 홍수는 물론 가뭄, 지진, 온난화 등 여러 병증이 나타나고 있다. 자칫 기후 재앙이 올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그래서 노아의 방주라는 아이디어가 나온 것이다. 그렇지만 더 중요한 게 있다. 바로 인재이자 천재인 기후변화를 막아야 한다는 과업이다. 돈이나 물질에만 매달려 자연을 마구 파괴하는 행태가 계속되는 한 언제라도 인류절멸의 대재앙이 닥칠 수 있음을 명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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