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큼 다가온 한 해의 끝자락, 작지만 튼실하게 영근 연극 한 편으로 따스하고 의미 있게 매듭짓는 건 어떨까. 전북연극협회(회장 조민철)가 13일부터 12월 28일까지 전주와 익산 소극장에서 ‘제23회 전북소극장연극제’를 연다.

올해는 극단 작은소리와동작, 우리아트컴퍼니, 극단 자루, 극단 명태 4곳이 낭독극, 뮤지컬, 옴니버스극 등 여러 형태로 세상에 대한 다채로운 시각과 특유의 감성을 전한다. 창작극회와 전북연극협동조합은 축하공연으로 나선다.

그 중 창작극회는 ‘억울한 남자(곽병창 작‧연출)’를 올린다. 의료사고를 당하고도 책임을 떠안게 된 주인공 복동을 통해 피해 원인인 ‘갑’은 무서워하면서 자신과 다를 바 없는 또 다른 ‘을’에겐 분풀이하는 오늘날 우리들의 못난 민낯을 드러낸다. 19일부터 29일까지 창작소극장. 

전북연극협동조합의 ‘두 번 결혼하는 여자(안톤체홉 작/류경호 각색,연출)’는 원작과 마찬가지로 청혼을 주제로 하되 해방 당시 가치관의 혼재 속 자화상을 꼬집는 블랙코미디로 재해석, 차별화를 시도한다. 12월 3일부터 6일까지 창작소극장.    

참가작 중 시작을 알리는 극단 작은소리와동작의 낭독극 ‘해피버스데이(아오키 가즈오 원작/한유경 각색/이도현 연출)’는 학대받던 소녀가 희망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성장소설이자 오해와 상처로 얼룩진 식구 간 화해를 그린 가족소설이다. 13일부터 22일까지 익산 소극장 아르케.

우리아트컴퍼니의 ‘선물(원제 굿닥터/닐 사이먼 작/정찬호 연출)’은 다양한 이야기로 이뤄진 옴니버스극 중 충치로 치과를 찾은 신부님, 특이직업을 가진 남자 같은 우리 정서에 걸맞은 4편을 소개한다. 23일부터 12월 2일까지 한옥마을아트홀.

이어 극단 자루의 ‘하우스 메이트(오지윤 작/류성목 연출)’는 배우 지망생 수정과 평범한 직장인 영지의 동거를 다루는데 워킹푸어(working poor), 3포 세대 등 먹고 살기 힘든 요즘 청춘들의 실상이 생생하게 와 닿는다. 27일부터 12월 6일까지 소극장 판.

극단 명태는 뮤지컬 ‘연가(김선희 작/최경성 연출)’로 마지막을 수놓는다. 우리지역 뮤지컬 만들기 그 여덟 번째로 사랑의 아픔을 겪은 남녀가 전주로 여행 와 사랑하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12월 18일부터 27일까지 아하아트홀.

조민철 회장은 “20여년을 변치 않는 태도로 시린 마음들을 포근하게 감싸주며 꾸려왔던 따뜻한 연극제가 스물세 살을 먹고도 여전히 정성어린 준비를 마치고 떨리는 마음으로 여러분 앞에 선다”면서 “세상의 기운이 스산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전체주의나 획일적인 주장에 반기를 들었다.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을 아울러 관객들의 마음에 입주코자 한다”고 말했다. 277-7440./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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