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천(전북지속가능발전협의회 상임대표)

‘농업이 위기다’라는 말은 이제 새삼스럽지 않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농업의 위기가 어떻게 다가올지 큰 관심을 갖지 않는다. 하지만 농업의 위기는 단순히 신토불이 농산물이 줄어드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

그렇다면 만약 농업이 붕괴되면 어떤 일이 생길까? 가장 먼저 전 국민의 먹을거리를 우리 농산물이 아닌 외국 수입농산물에 의존하는 하는 사태가 오게 된다. 농산물을 수입하기 위해서는 많은 외화가 필요하다. 설령 많은 외화를 보유하고 있다손 치더라도 식량 공급국의 사정이나 천재지변 등으로 식량수입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 더 나아가 식량 수출국들은 식량을 무기화할 우려도 높다. 그렇게 되면 식량을 자급하지 못하는 우리는 식량부족사태에 직면하게 되고, 최악의 경우 기아나 식량폭동과 같은 사회적 혼란을 겪을 수 있다.

우리의 농업은 지금 큰 변화를 겪고 있다. 농업을 변화시킨 산업형 농업은 영농에 공장수준의 효율성을 추구한다. 단위 면적당 높은 수확량을 위해서는 많은 것을 포기한다. 지역의 토양과 기후, 종자에 기초한 지역농업을 붕괴시키고, 먹을거리 안전에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또 산업형 농업은 규모의 경제와 단작재배를 강조하여 생물다양성을 크게 줄어들게 했다. 슬로푸드 생물다양성 재단에 의하면, 지구 생태용량을 넘어선 생태발자국을 초래했고, 지구온난화에도 영향을 끼쳤다.

산업형 농업의 폐해가 극심해짐에 따라 지속가능한 농업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자연환경에 무리를 주는 무분별한 농법 대신 토양의 건강을 생각하면서 농산물을 섭취하는 사람들의 건강도 고려하는,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농업의 가치가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지속가능한 농업은 이제 시작 단계다. 아직도 우리는 산업화와 도시화, 농산물 생산자와 소비자의 분리, 공산품화 된 식재료의 유통과 소비 등으로 인해 밥을 먹을 때조차 농업과 농촌을 떠올리지 못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러한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 우리는 먹을거리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고 농업의 가치회복을 통한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국민 먹거리와 농업의 중요성에 대한 올바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지 못하는 농업, 농업을 등한시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어떻게 쇄신할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농업’이 경제적 가치를 넘어 ‘생명가치를 실현하는 일’이라는 것과, ‘농촌’이야말로 자연과의 조화 속에서 ‘자립적 생태적 삶을 일굴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라는 인식 아래 농업?농촌의 가치와 역할에 대한 새로운 자각을 통해 농촌과 도시, 생산자와 소비자가 상생 ·순환하는 공동체를 위한 사회적 책임이 요구되고 있다.

이번에 출범한 국민농업전북포럼은 하루 세 끼 중 두 끼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작금의 현실 앞에 우리는 한 시대를 살아가는 시대의 주체로 농업인의 농업이 아닌 국민의 농업으로 대전환을 도모하는 계기다.

미래의 농업·농촌을 위한 사회적 인식의 재정립을 국민농업전북포럼을 통해 시도하고자 한다. 전북포럼은 앞으로 농업·농촌, 먹을거리의 문제가 농민들만의 문제가 아닌 국민전체의 문제이며 이에 대한 해결책 역시 국민과 함께, 국민 모두가 주체가 되어 함께 찾아야 한다는 취지를 견지할 것이다.  또한 법제도화, 사회적 의제개발 및 여론 형성을 통해 국민농업 실현을 기대하며 사회적 지지와 연대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최종적으로 지역사회 농업의 상생 거버넌스를 토대로 지역경제의 공유가치를 담아보는 공동체를 정착시키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제 농업은 농민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속가능한 삶을 지향해야 하는 모든 사람들의 공통적인 문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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