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숙작 이리 초군의 꿈

예술가와 창작환경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속해있는 사회, 문화적 분위기에 따라 체험과 성찰, 인간관계가 달라지고 작품세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올해 익산창작스튜디오 레지던시에 머문 작가들은 어떤 경험과 깨달음, 인연을 통해 어떤 결과물을 도출했을까. 다름 아닌 ‘협업’이다.

(재)익산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익산창작스튜디오 레지던시가 하반기 기획전으로 15일부터 31일까지 융합과 비평 프로젝트 ‘반응하는 고백’을 연다. 국내외를 막론한 미술인들은 이곳에서 거주하며 독립적인 작품활동과 지역 및 작가들과의 교류활동을 겸해왔는데 특히 본격적인 협업이 눈길을 끈다. 작가 그룹별 비평가 1명이 연계해 심도 있는 논의를 해 나가는 한편 이론적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행사는 크게 입주작가들이 함께하는 ‘횡단하는 협력’, 입주작가와 초대작가가 뜻을 모으는 ‘관계하는 성숙’, 지역의 장소성과 특이성을 다루는 포럼 ‘지역의 상상’ 3개 섹션으로 진행되되며 ‘횡단하는 협력’ 중 강성은과 정세영은 평소 관심 가져온 ‘디스플레이’를 새로운 매체로 풀어낸다.

주로 평면을 다뤄온 강성은은 그림과 그것이 걸리는 벽, 모니터 화면까지 평면으로 해석하는 반면 공연과 퍼포먼스가 주매체인 정세영은 이를 공간과 사건으로 인식, 개입한다. 설치와 퍼포먼스에 천착하는 신미정과 사운드 아티스트로 잘 알려진 사이먼 웨텀(Simon Whetham은 퍼포먼스와 사운드의 기록 ‘젖은 자화상’을 통해 일제강점기 잃어버린 기억을 상기시킨다.

도시 속 투사된 스스로의 환경을 담는 김진숙과 영화평론을 쓰면서 다큐멘터리를 제작 중인 신귀백은 붕괴된 만경교라는 공통소재를 가지고 답사 및 대화한 결과 각각 ‘이리 초군의 꿈’과 ‘이어진 다리’라는 회화와 영상을 도출했다.

‘관계하는 성숙’에서는 회화를 주로 하는 박현진과 웹툰작업으로 이름을 알린 초대작가 박은선이 영상으로 공간을 점유하는 ‘불특정다수의 응시’를 완성했다. 개개인의 개성 짙은 결과물도 만날 수 있는데 파스칼 바렛(Pascale Barret)은 익산에서 처음 접한 아시아적 감수성을 사진과 비디오 설치, 퍼포먼스로 전달한다.

남진우는 유년시절 일그러진 동심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를 천으로 표현하고 김혜림은 섬유공예와 패션디자인 영역을 뛰어넘기 위해 시도하며 최희승은 벽돌 벽이 무너지는 과정을 5겹의 드로잉으로 시각화한다. 임노아는 압록강에 가상의 카페를 설정해 북한에 대한 생각과 통일에 대한 염원을 교차한다.

포럼도 치러진다. 17일 오후 3시 문화매개공간 뭉클에서 마련되는 ‘지역의 상상’에서는 타 지역 프로젝트 사례를 통해 향후 익산 구도심 관련 프로젝트를 구상해 본다.

문재선 큐레이터는 “공동작업을 해나감으로써 상호적인 화학반응을 통한 영향들을 주고받고 우정 또한 발전시켜갈 수 있을 것. 긴밀한 교섭의 자리”라고 밝혔다. 개막행사는 15일 오후 6시다. 843-4855./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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