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동사진관을 운영하며 전북 사진예술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김지연이 작가로 돌아왔다. 3일부터 11월 30일까지 서울 테이크아웃드로잉에서 계속되는 개인전 ‘빈 방에 서다’를 통해서다.

지난해 작업주제인 ‘낡은 방’의 의미를 확장시킨 것으로 사진집 출간과 비슷한 시기에 선보이고 있다. 우연히 찾아 나선 철거 대상의 집들은 다닥다닥 붙어있는데다 미로 같았고 턱없이 낮았다.

창문도 없는 방에 부서진 침대 하나 남아있는 방은 눅진한 공기 속 삐져나온 매트의 속살로, 산꼭대기 빈집은 창백한 중년 여인이 벽에 기대앉은 것 같은 인상을 통해 스산함 내지 섬뜩함을 자아냈다.

어제 촬영한 빈집이 오늘 헐리는 것을 보는 건 더더욱 충격었다. 건물을 제거하는 건 철거민들의 기억과 인격을 소멸시키는 것임을 깨달았음에도 아니 깨달았기에 오기 같은 것이 발동했다. 사진 속 빛은 밝고, 꽃무늬 벽지와 오렌지색 커튼과 바다를 닮은 파란 벽들은 터무니없이 밝다.

개막은 출판기념은 16일 오후 6시./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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