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고추 생산량이 줄었는데도 소비부진 등으로 가격이 하락해 전북지역 고추 주산지인 진안·임실군 생산농가들이 울상이다.

반면, 국내산 생산량 하락에 따라 물량이 증가한 수입산 고춧가루 가격은 크게 상승했다.

이에 고추 생산농가들은 "작황이 좋고 전국적 생산량도 줄었는데, 정작 수출국 농가와 유통상인만 재미를 보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14일 강호신 임실군고추생산자협회장 등에 따르면 올해 진안·임실군 고추농가들이 전년대비 재배면적을 줄이는 바람에 작황이 좋았음에도 전체 생산량은 감소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측에서도 전년대비 재배면적 감소에 따라 올해 국내 생산량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이와는 반대로 올해 고추는 날씨가 좋고 병충해가 적었던 이유로 단위면적당 수확량이 크게 좋아졌다.

이에 고추생산농가는 단위면적당 수확이 좋고, 전년대비 전체 생산량은 줄어든 농산물이어서 가격이 오를 것을 기대하지만, 실제는 반대 현상을 겪고 있다.

9월 국내산 고추 도매가격은 생산량 감소에도 소비부진과 이월재고량 증가로 평년(9,288원/600g)대비 약세가 전망됐다.

2015년산 고추 생산량은 단위당 수확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재배면적 감소로 평년 대비 17~21% 감소가 전망되고 있다.

그런데 추석을 앞두고 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14일 소매가격은 평년대비 21% 낮은 8,375원(600g)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정부가 수매비축 조기 추진 및 비축물량의 방출 지연을 계획하고 있음에도 수입산 냉동고추 등이 쏟아질 것으로 보여 국내산 고추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대신 수입산 고춧가루는 크게 올랐다.

관세청에 따르면 추석 3주 전인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6일까지 수입 고춧가루 가격이 지난해 같은 시기(추석 3주전· 8월 11~17일)보다 56.1% 증가했다.

국내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받던 수입산 가격이 급격히 오르며 "국내산 생산량 감소가 수출국 생산농가와 유통상인만 좋은일 시킨다"는 푸념이 나오고 있다.
생산농가들은 이 같은 농산물 시세의 불합리한 구조적 원인이 정부의 근시안적 정책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강호신 회장은 "올해 고추비닐이 덜 팔릴 정도로 재배면적이 줄어든 것에 비해 작황은 좋아 고추를 추진한 생산농가들이 좋은 가격을 기대했었다"며 "최근 가격하락은 소비부진의 영향도 있지만, 항상 수입산이 국내산 가격에 큰 영향을 주며 농가를 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강 회장은 "그런데도 정부는 매번 수급조절을 핑계로 부족한 농산물에 대해 수입을 먼저 고려하는 등 엉뚱한 대책을 우선 고려하는 경향이 크다"며 "정부는 근시안적 정책을 버리고 국내산 농산물을 애용할 수 있는 정책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강 회장은 "국내산 고추는 건강하고 안전한 품질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수입중단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며 "씻어서 말려 먹는 냉동압착고추나 보따리상 고추 등이 판치지 못하도록 원산지 단속만 철저히 해 줘도 국내 생산자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황성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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