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실학자이자 서화가인 추사 김정희(1786~1856)의 글씨 11점이 고창에서 새로 발굴됐다.

발견된 것들은 중기 글씨들로 추사체의 변천과정을 체계적으로 살펴볼 수 있을 뿐 아니라 그의 제주도 유배행로도 일부 추정 가능해 김정희 연구에 필요하다는 게 학계의 반응이다.

12일 고창향토문화연구회에 따르면 고창군 아산면 반암리 인촌 김성수 집안의 제실에 걸린 주련(기둥이나 벽에 세로로 써 붙이는 글씨) 11점이 추사의 것임이 고증을 통해 확인됐다. 글귀는 중국 원나라 때 학자이자 시인인 우집의 시와 자신이 썼던 시 '상선암' 등이며 주로 귀양가는 심정이 담겼다.

이 마을 주민으로 향토사학자인 김 모 씨가 1975년 제실에서 주련 20점을 탁본해 소장한 점으로 미뤄 추사 글씨가 담긴 주련은 애초 20점이었다고 추정되나 나머지 9점은 행방을 알 수 없다.

글씨와 함께 제주도 유배길 행로도 고창 주민들의 증언으로 일부 확인됐다고 했는데 1840년 9월 한양에서 귀양길에 나선 이후 제주도까지 행적이 대체로 알려져 있지만 경유지인 전주에서 나주 사이는 전하는 바 없다. 

오강석 고창향토문화연구회장은 "제주도로 유배될 때 고창 하오산과 인근 반암마을을 지나 장성을 거쳐 나주로 갔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전주 이씨 집안의 문집과 행장 등을 살펴보면 유배 행적을 비롯한 여러 가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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