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1월 11일 열린 우리당이 창당 1주년을 맞았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이에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창당 이후 공로를 치하한 뒤 “참여 민주주의의 모범 정당을 만들고 의회민주주의를 선도하는 원내 정당, 정책 정당이 되도록 힘을 모으자”고 말했다. 특히 그는 “우리도 이제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성공한 정당을 만들어보자”고 호소했다.
  하지만 당시 열린 우리당의 열렬한 지지층을 제외하고는 반응은 썰렁했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 후유증이 계속되고 있는데다 열린 우리당의 모습이 그다지 미덥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 야당들은 대선을 2년 앞두고 곧 없어질 정당 운운하며 노대통령의 발언을 평가 절하했다. 아닌 게 아니라 열린 우리당은 창당한지 4년이 채 안된 2007년8월 대통합민주신당과 합당하면서 간판을 내리고 말았다.
  우리 정당역사의 한 단면이다. 한국 정당은 여러 면에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념보다 인물 중심 정당이며 지역색이 강하고 독과점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비슷비슷한 정책에 불법 정치자금 수수로 조용할 날이 없다는 것도 비판 받는 대목이다. 여기에 하루살이 정당 혹은 거품 정당이라는 조소어린 지적도 있다. 정체성이 약하다보니 빈번한 이합집산이 이뤄지고 결국 수명이 짧을 수밖에 없는 처지인 것이다.
  관련 통계를 보면 한국 정당 수명은 평균 3년 남짓이다. 미국 민주당이나 영국 보수당 그리고 독일 사민당 등이 100년을 훌쩍 넘는 역사를 갖고 있는 것에 비하면 우스울 정도다. 더욱이 1989년 민주화 이후 수많은 정당들이 생성, 분열, 통합, 소멸하는 과정을 거쳐 이제 정당이 생기고 없어지는 데 국민들은 무감각해진 상황이다.
  새정치 민주연합이 당명 개정문제로 설왕설래한다는 보도다. 손혜원 홍보위원장이 “지금의 당명은 브랜드 가치 면에서 좋은 이름이 아니다”고 언급한 이래 여러 사람들이 이에 가세하는 형국이다. 개명론자들은 현재 당명이 지향하는 바가 명확하지 않고 읽기에 복잡하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새정치 민주연합은 지금 계파 간 갈등으로 내홍 중이다. 언제 당이 분열될지 모르는 위기 국면이다. 이런 와중에 당명을 바꾸자는 이야기는 시의에 맞지 않는다. 당명만 바꾼다고 뭐가 나아질 것 같지도 않다. 앞서 열린 우리당처럼 불과 4년 남짓한 단명한 정당이 안 되려면 당명 보다는 내분 수습이 더 급한 것 같다. 우리에게 100년 정당은 아스라이 먼 꿈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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