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들, 바다가 어우러져 살기도 좋고 인심도 좋은 곳이었으며 변산반도부터 내소사와 개암사, 백산성에 이르기까지 찬란한 역사를 지닌 곳이자 수많은 문인과 학자, 충신, 효부, 열녀를 배출해 효행 및 예인정신이 이어져 오는 곳이었다.

그러나 급속히 진행된 현대화는 사람들의 생활양식을 바꿔놓는 한편 시간에 쫓기는 삶을 살게 했고 소중히 지켜가야 할 미풍양속과 세시풍속마저 돌아보지 못하게 했다. 수천 년에 이르는 부안의 역사와 문화를 집대성한 건 이 때문.

부안군지편찬위원회(위워장 김원철·부안문화원장)가 내년 정명 600주년을 앞두고 ‘부안군지’를 펴냈다. 1991년 발간된 후 24년 만에 새로이 출간하는 것으로 향토사학자, 교수, 언론인 등 16명으로 꾸려진 전·현직 편찬위원과 50여명의 집필위원이 2만여 장의 원고를 쓴 다음, 부안문화원과 각 읍·면사무소가 지난 2013년 말~2014년 초 수정과 보완을 위한 공람을 시행해 5년여 만에 완성됐다.

과거와 현재를 통해 미래 청사진을 그려볼 수 있고 역사와 문화를 비롯해 정치, 사회, 경제 전반을 꼼꼼히 백과사전식으로 정리, 향토사 연구 기반을 다졌다는 점에서 뜻 깊다.

책은 ‘부안의 역사’ ‘부안사람들의 삶’ ‘부안사회 현황’ ‘부안의 자랑’으로 모두 4부인데 1권 ‘부안의 역사’에서는 선사부터 고대, 고려, 조선, 일제강점기, 광복,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 때 그 때의 부안을 포착한다.

왜 우금산성이 주류성일 수밖에 없는지 설명하고 부안이라는 명칭은 조선 건국에 따른 지방행정제도 개편으로 만들어졌으며 일본인들의 토지 독점에 맞춰 농민운동이 일어나는 등 지금의 부안을 있게 굵직한 사건들이 눈길을 끈다.

2권 ‘부안사람들의 삶’에서는 부안의 자연환경과 인문환경, 간척사 및 간척지 주민의 삶, 제염업을 소개하고 성씨와 집성마을, 지명 유래, 풍속과 의례, 주요 근대 건축물을 언급한다.

풍속과 의례 대목에서는 관례와 계례는 물론 혼례, 상·장례, 민간신앙, 마을신앙, 어로신앙, 가정신앙, 무속신앙, 솟대와 장승, 구비전승, 풍물굿과 농악, 설화, 민요, 무가, 속신까지 속속들이 엿볼 수 있다.

이어 3권 ‘부안사회 현황’에서는 지방자치 시대 선거와 행정현황, 경제와 산업, 사회현황, 교육, 문화예술을 다룬다. 1966년 지역 문화예술의 집결체인 부안예총이 설립되는 대목이 자리한다.

4권 ‘부안의 자랑’에서는 역사 및 문화자원과 인물, 변천상, 역사자료를 아우른다. 봉수대와 향교, 절, 갯벌 같은 부안 하면 떠오르는 요소들과 함께 고려 말 고부군사 김광서부터 독립운동가 홍순옥까지 그 업적 및 생애가 실려있다.

김원철 위원장은 “우리 군의 어제와 오늘에 대한 역사와 선현들의 발자취 및 현실을 생생하게 기록해 재조명하고자 했다”면서 “수 천년의 역사와 자료를 하나의 문헌으로 엮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닌 터라 미흡한 부분이 있지만 보충해 가겠다. 향후 부안 향토사 연구의 기초자료로 다양하게 활용되리라 기대한다”고 전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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