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을 들어섰을 때 몇 가지 의문이 일었다. ‘한지가 맞나’부터 ‘애잔하면서도 따스한 느낌은 뭐지’까지. 8월 2일까지 한지산업지원센터에서 기획전으로 이뤄지고 있는 이정신 부천대 패션디자인과 교수의 개인전 ‘감추기와 드러내기’가 그것이다.

취재를 통해 궁금증을 해소하기로 했는데 29일 전화통화로 만난 작가는 뜻밖에도 아버지의 부재를 계기로 꼽았다. “지난해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미국에서 현지작가들과 한 달 간 함께 작업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는데, 아빠를 잘 보내드리고 싶기도 하고 그 분이 나의 힐링을 위해 마련해 주신 것도 같아 미국으로 향했죠.”

위기는 기회라고 했던가. 어둡고 침잠돼 있었지만 그렇기에 더 몰두한 결과 한국소재인 한지에 서양 기법인 ‘엔코스틱 기법(벽화 또는 넓은 판자에 밀납과 레진을 섞어 만든 Encaustic Medium을 녹여 표면에 칠함)’을 접목하고, 부처님이 어머니 마야부인을 위해 설법한 내용을 모은 ‘지장경’을 특유의 방식으로 형상화할 수 있다.

지금껏 상상치 못한, 전혀 새로운 한지에 가 닿은 것이다. 더불어 스스로를 처음으로 드러냈다. “예전에도 느낀 거지만 한지란 재료는 인생의 어려움을 잘 넘기도록 도와주는 거 같아요. 자연에서 햇볕도 쬐고 비바람도 맞고 잘리거나 맞기도 하고…인생과 비슷해서겠죠? 그간 감춰온 아픔과 어려움을 제 것처럼 머금어줬습니다. 보듬어준 거죠.”

여러 측면에서 특별한 이번 전시를 연고도 없는 전주에서 연 까닭이라도 있을까. “무작정 전주가 떠올라 생각해보니 아버지가 좋아하실 거 같았어요. 제가 전주 이씨기도 하고요(웃음). 워크숍 같은 한지 관련 일로 방문하다보면 늘 편안하고 좋았습니다. 쉼이 있어요.”

“전시 끝무렵이지만 많이들 찾아오셨으면 해요.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가면서 느끼는 감정들, 그간의 상처들을 담은 작품들을 보면서 마음 한 편 훈훈함을 느끼고 사랑하는 이를 떠올렸으면 합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