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려버린 고향집을 12년 만에 되찾아 안방에 부모님 영정사진을 걸어놓고 나서야 마을 곳곳을 헤매던 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사람, 아들, 딸들이 초인종을 누르면 ‘고향이 어디세요’라고 물어보곤 ‘진뫼’라고 대답해야 문을 열어주는 사람, 관공서 표지석으로 끌려간 강변의 ‘허락바위’를 되찾기 위해 간절한 민원편지를 쓴 끝에 제 자리로 돌아오게 한 사람.

고향을 징글징글하게 사랑하는 김도수가 또 한 번 나고 자란 임실 진뫼마을을 써내려간 수필집 ‘섬진강 진뫼밭에 사랑비’를 펴냈다. 2004년에 출간된 수필집 ‘섬진강 푸른물에 징·검·다·리’에서 못 다한 이야기들이 머릿 속에서 빙빙 맴돌기도 했고, 지난 5월 발표한 시집 ‘진뫼로 간다’에서 함축적인 시의 특성상 하고픈 말을 다 하지 못해서다.

지금의 그를 있게 한, 꿈에도 그립고 사랑스러운 섬진강변 진뫼마을 속 부모님과 형제, 이웃들의 이야기를 섬세한 감성과 정겨운 어투로 풀어낸다. 고향이라 함은 단순히 출생해서 성장한 공간만이 아니라 부모님의 확장인 탓에 진뫼라는 단어보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2배, 3배로 언급된다.

그들은 금보다 귀한 자녀들을 부족함 없이 키워 세상에 내보내기 위해 어떠한 희생도 마다하지 않았다. 군대입대를 앞둔 막둥이에게 뭘 먹여보낼지 자나 깨나 걱정하다가 토끼를 외상으로 구입, 토끼 옻칠기를 내주다 그만 옻이 올라버리거나 육성회비가 없어 학교에서 쫓겨 온 아들을 빈손으로 보내놓곤 펑펑 울고, 옷을 자근자근 깨물며 이를 잡아주던 모습이 그렇다.

효자아들의 사랑도 만만치 않은데 취직이 되자마자 돌아가신 부모님께 용돈 드리는 통장을 만들고 틈틈이 모은 돈으로 생전에 일하시던 밭두렁에 ‘사랑비’를 세웠다. 주말마다 막걸리 올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태어난 곳에 대한 추억 또한 몸에 새겨진 듯 선명하다. 이가 흔들거릴 때마다 찾던 광섭이 작은어머니부터 아궁이에 쇠죽을 끓일 때면 고구마를 넣어뒀다가 나눠주던 정용이형, 범람한 강물에 뛰어들어 생명을 구했던 오금이네 아버지, 군대 갈 때 닭서리를 해다 바쳤던 동생 우길이까지…어렵고 힘든 일 닥칠 때마다 내 일처럼 함께해주던 이웃 한 사람, 한 사람을 언급한다.

거기에 머무르지 않고 현재에 맞는 무언가를 만들어가려 애쓴다. 강변의 바위에도 이름을 붙여주고 그들에게 잃었던 자리를 찾아준 데서 알 수 있다.

최기우 최명희문학관 학예연구실장은 추천의 글을 통해 “작품에는 낯설거나 낯익은 자화상이 있고 질기지만 고운 인연이 있다. 훈훈한 고향의 인정과 정경이 있고 일상의 소박한 아름다움이 있다. 정직한 현실이 있다”면서 “이야기는 진뫼마을 산허리와 골짜기에 내려앉았다가 하나씩 하나씩 섬진강 푸른 물이 되고 징검다리가 된다”고 말했다. 전라도닷컴. 381쪽. 15,000원./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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