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을 함께 살아온 아내에게는 1등 복권당첨 같은 남편이었다. 교장으로 정년퇴임하기까지 문교부 장관상과 청소년 지도 훈장을 받은 모범교사였다. 스스로에게는 엄격하기 이를 데 없었으나 세상에 대해서는 관대하고 따스한 시인이었고, 오늘날의 전북시인협회를 일군 전북문단의 일꾼이었다.

지난 2월 홀연히 세상을 등진 정희수(1945~2015) 시인을 기리는 시집 ‘Forever with 정희수’가 나왔다.

1985년 시동인 청녹두를 시작으로 8권의 시집을 펴낸 그는 자연물을 통해 스스로를 표현하곤 했는데 ‘청솔가지 휘어져 가슴 내리는데/나도 그런 가지 하나쯤 되어/마음 조각 하나씩 버리고 싶다…(숲길을 걸으며 중)’나 ‘논둑에 피어 둔 장작불 온기/오늘도 또 하루/작은 행복을 걷어 올린다//(미나리 밭에서 중)에서 알아챌 수 있다. 지적이고 온화하면서도 힘 있는 모습이 느껴진다.

지역문학발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전북문인협회와 전북펜위원회 부회장으로 일하면서도 사비를 들여가며 전북시인협회를 조직, 현재 활성화되기에 이르렀다. 더불어 전주문인협회장을 역임했다.

병환으로 갑작스레 떠난 남편이자 아빠를 그리워하는 가족들이 생전 시들을 한데 엮은 책에는 다양한 시대와 주제의 작품들이 5부에 걸쳐 자리한다. 신아출판사. 251쪽. 10,000만 원./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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