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제는 요즘 말로 민정시찰을 자주 했다. 민간인 복장으로 바꿔 입고 민가에 나가 백성들의 사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살폈다. 어느 날 쑤저우에 간 황제는 매림의 경치에 빠져 그만 식사 때를 놓치고 말았다. 신하들이 음식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 했지만 주변에는 농가 하나만 있었다. 음식을 청하자 아낙네는 밥을 짓고 솥에 남은 누룽지에 야채 스프를 부어 내줬다. 황제인 줄 모르고 그냥 성의껏 내놓은 음식이었다.
  강희제는 배가 출출한 상태여서 허겁지겁 입으로 가져갔다. 그런데 시장이 반찬이라고 정말 맛이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황제는 신하들에게 붓과 종이를 가져오라고 한 다음 ‘천하제일요리’라는 휘호를 써서 아낙네에게 내밀었다. 이것이 그 유명한 누룽지탕이다.
  강희제의 소탈한 모습이 잘 드러나는 일화다.
  강희제는 알려진 대로 청나라 기초를 쌓은 명군이다. 그는 61년 동안의 재위 기간 동안 삼번의 난 진압 등 내정을 안정시켰고 밖으로는 대만과 티베트를 점령해 오늘날 중국 지도를 완성했다. 학문에도 힘을 써 ‘강희자전’과 ‘고금도서’를 집성함으로써 중국어의 기본 틀을 닦은 것으로도 명성이 높다. 또 서양에도 문호를 개방해 선진 문물을 받아들이고 스스로 라틴어도 구사했다고 전한다.
  그보다 더 높이 살 점은 바로 섬기는 리더십이다. ‘국궁진력 안거낙업’이라는 말은 그의 모토였다. 국궁진력 안거낙업은 삼국지에 등장하는 제갈량의 ‘후출사표’에 나오는 어귀로 내 몸을 굽혀 온 힘을 다함으로써 백성을 편안하게 하고 즐겁게 일하게 한다는 뜻이다. 그는 세상을 하직할 때까지 이 태도를 잃지 않았다.
  중국 작가 얼웨허 대하소설 ‘강희대제’가 최근 우리말로 번역돼 나왔다. 12권에 이르는 대작으로 청나라 왕조 기틀을 닦은 강희제의 다양한 면모가 잘 묘사돼 있다고 한다. 번역가 홍순도는 “청나라 최고의 전성기를 연 강희제는 우리에게 벤치마킹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다”며 이 책을 읽으면 오늘날 ‘수퍼 차이나’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강희제는 성군이라는 칭송을 듣는다. 뭐 하나 흠 잡을 데 없는 완벽한 군주다. 오늘날 중국 지도자들 역시 강희제 배우기에 열심이라고 한다. 우리 정치인들도 그로부터 많은 것을 배워야 할 것이다. 보통사람들도 분량이 많긴 하지만 재미가 담긴 소설이니만치 한 번 도전해 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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