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은 좁은 의미에서 제2차 세계대전 즉 20세기 후반기나 19세기를 포함한 20세기 전반기까지의 미술을 의미하지만, 추상미술운동과 바우하우스 운동을 빼놓고 현대미술을 논할 수 없다고 했을 때 20세기 미술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전북의 현대미술은 언제부터고 어디까지며 어떠한 특징을 지니는가.
  대답은 글쎄다. 반세기 가까운 시간이 흘렀음에도 체계적으로 정립되지 않아서다. 미술사적 근거나 자료가 부족하기도 하지만 모두의 책임임을 부정할 순 없을 것이다. 현 지역미술의 뿌리인 전북현대미술의 태동과 전개과정을 되짚어보는 한편 나아갈 방향을 가늠해보는 이정표 같은 전시가 눈길을 끄는 이유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대표 이인권)이 지난 4일부터 18일까지 전북예술회관에서 ‘전북현대미술-기억을 거닐다’를 열고 있다. 대관전 위주로 진행해 온 소리전당이 자체기획한 지역전으로 2005년 ‘돌아보다’전과 지난해 ‘전북미술의 큰 바탕’전에 이어 도내 미술계 원로와 중견들이 함께한다.
  전북현대미술을 풀어내는 방식에 있어서는 달라졌다. 이전에는 평론가가 참여작가들의 작품세계를 전하거나 작가들이 전북산하라는 주제로 신작을 소개하는 등 다소 우회적이고 간접적으로 살폈다면, 이번에는 전면에 내세워 깊이 있게 들여다본다.
  미술평론가이자 예원예술대 교수인 김선태가 쓴 평론 ‘전북현대미술-다양한 스펙트럼’을 통해 전북현대미술에 큰 영향을 미친 단체와 작가를 알아보고 여기서 속한 미술인을 선정했다.     서막을 알린 단체는 ‘물꼬회’다. 현대성과 새로움을 추구하는 작가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는 가운데 박민평, 유휴열, 장석원, 김수자 같은 실험적인 작업을 추구하는 이들 10인이 1974년 결성했다.
  척박한 토양을 갈아엎은 게 물꼬회라면 확장시킨 건 ‘전북현대미술제’와 ‘전북현대작가회’다. 김한창과 문복철의 노력으로 1978년 ‘제1회 전북현대미술제’와 1980년 ‘전북현대작가회’를 마련, 중앙과 교류하는 식의 적극적인 태도로 현대미술의 스펙트럼을 넓혀가기 이른다. 1978년을 르네상스라 부르는 건 이 때문.
  지역미술이 독자성을 갖기 위해서는 연합해야했기에 1984년 만들어진 ‘남부현대미술제’와 현대적인 경향을 설치와 영상, 행위미술로 풀어내고자 선기현, 육심철, 전철수를 주축으로 1983년 창립한 ‘쿼터그룹’도 영예를 이어갔다.
  1997년에는 도병락, 홍선기, 엄혁용 등 각자의 분야를 밀도 있게 구축하는데 힘쓰는 C8 page가 문을 열었다. 그룹 차원의 움직임은 점차 사라지고 있지만 작가주의와 현대미술을 주창하던 여러 단체들의 남겨진 불씨는 오늘날 밑거름이 됐고, 9월 아시아현대미술전을 개최하기에 다다랐다. 
  그 흐름을 생생하게 보여줄 작가들은 고 문복철 고 황소연 강현숙 김수자 김영규 김영란 김한창 노성기 도병락 문주호 박지환 박 지녕(박진영) 서희석 선기현 심홍재 엄혁용 육심철 윤경희 이강원 이문수 이승우 이정웅 임 병춘 임승한 임택준 장광선 전철수 채우승 최영문 최 원 최희경 홍선기 홍현철이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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