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흐를수록 세상은 다변화되고 사람들은 개인주의가 된다. 그래서인지 자신의 감정이나 정서를 노래하는 문학이 더 와 닿기도 하고 많아지는 추세인데 여기에 반기 아닌 반기를 든 시인이 있다.

전재승이다. 감성에 있어 둘째가라면 서러운 그가 갑작스레 ROTC 장교로 군복무한 경력을 토대로 군대 연작물 ‘휴전선 철조망’을 풀어낸 것. 글 곳곳에서 한국전쟁과 휴전선, 비무장지대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주특기인 조용하고 따뜻하고 깊고 외롭고 맑은 감수성을 마음껏 그러나 과하지 않게 덧댄다. 힘들고 처절했던 상황을 묘사하는 여느 군대이야기와 달리 분단 조국의 아픔까지 어루만지고 있는 것이다.

둘로 나뉜 국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외된 삶과 애환을 특유의 따스한 시선으로 좇는다. 조상 대대로 강변에서 살아온 이들, 고향 땅으로 돌아가려다 주저앉은 이들, 군인을 대상으로 술장사를 하는 작부들이 농사도 짓고 물고기도 잡고 상다리도 두들기면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모습을 포착한 ‘임진강에서’가 단적인 예다.

젓가락으로 장단을 맞추다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는 술집 작부와 하루 일을 마치고 잠시 고향하늘을 바라볼 늙은 농부의 마음결이 쓸쓸하고 애잔하다.

순창 출신으로 군산에서 성장했다. 1986년 시문학 추천으로 등단 후 ‘문학과 의식’ 신인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한국문인협회 회원과 미당문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시집 ‘가을시 겨울사랑’과 ‘푸른시절의 노래’가 있다. 문학사계. 132쪽. 9,000원./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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