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13년전인 2002년 6월 29일 월드컵 4강진출이 한참일 때, 서해에서는 남북한 간의 해군력의 무력충돌이 있었다. 대한민국 해군은 함장을 포함한 승무원 6명이 전사하고 19명이 부상당하였다. 북한해군은 해군 13명이 전사하고, 25명이 부상당했다. 기습공격을 당한 참수리 357호가 반격을 가하여, 기습공격을 한 등산곶 684호에게 더 큰 피해를 입힌 것이었다. 연평해전은 우연히 일어난 충돌이 아니고 북한의 계획적인 기습에 의해 철저하게 당한 것이다.
  이 무력충돌을 영화로 만들 것이 바로 김학순 감독의 <연평해전>이다. 한때는 자금이 부족하여 촬영이 중단되었다가 민간인들로 하여금 푼드라이징을 하면서 우애곡절 끝에 간신히 완성되었다. 그런 어려운 사실은 영화 상영이 마친 뒤 자막에 나타나는 수많은 단체와 개인후원자들의 명단속에서도 발견될 수가 있었다. 국민성금에 의해 만들어진 ‘국민영화’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두 시간 방영에서 인상적인 장면은 정장 윤영하 대위, 조타장인 한상국 하사의 헌신, 그리고 열심히 싸우하다가 죽어간 의무병 박동형 상병 및 해군장병들의 처철한 모습이었다.
  구태여 영화에서 실제와 다른 허구의 장치를 지적한다면 두어 개 정도다. 하나는 한상국 중사가 조타기에 자기 손을 묶는 장면이다. 참수리호의 방향을 남쪽으로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한상국 중사는 나중에 조타실에서 발견될 때 조타기를 움켜 쥔 자세로 발견되었다. 또 하나는 박동혁 병장의 어머니가 벙어리 홀어머니로 등장하는 것이다. 이것은 사실이 아니지만, 의도적으로 관중의 눈물을 짜내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을 것이다.
  당시 우리 해군의 피해가 컸던 이유는 북한 함정을 괴멸시킬 전력은 있었지만, 적이 NLL을 침범해도 선제 공격은 안되고 차단기동만 하라는 이상한 교전수칙이 내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군 고위층은 감청을 통해 북한이 도발할 것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 정보는 군 고위층에 의해 묵살되었다. 이런 안보 불감증들은 김정일의 심기를 건드리지 말자는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고 장담할 수 있겠는가?
  영화 '연평해전'은 관객들로 하여금 분통을 터트리게 하는 점이 몇 가지 있었다. 첫번째는 김대중은 전사자들의 영결식에 참석하는 대신에 월드컵 결승전을 관람하기 위해 일본으로 출국했고 영결식장에는 국무총리나 국방장관, 합참의장 누구도 나타나지 않았다. 남북한의 화해무드에 찬물을 끼얹지 않기 위해 그런 행동을 했다는 변명이 과연 국민들에게 납득할 수 있는 처신이었나? 이런 사실을 아는 국민들은 더욱 울화가 치미는 것이다.
  두 번째 분노는 우리 해군이 정상적 보복을 했는가의 의문이다. 전투 소식을 들은 전투함정이 4척이 파견되었지만, 철저히 응징하지도 못했다. 그들은 북한 경비정을  순순히 북으로 쫒아 보냈고, 그 와중에서 죽도록 사력을 다해 싸운 우리 해군 357 참수리호는 침몰했다, 출동한 함장들은 ‘적의 격멸’이라는 전장에서의 최선의 무력대응 원칙보다는 청와대의 대북(유화)책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을 것이다. 현지 사령관들은 과응대응하여 자칫 명령불복종의 미운 털이 박혀 군법회의에 회부되면 진급은 고사하고 강제 전역의 불명예를 더 두려워했을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은 국민의 열화같은 기대를 저버렸고 ‘호국의 영웅’이 될 기회를 포기한 것이다.
  세 번째 분노는 전사자들의 대우문제이다. 국가안보를 지키다가 사망한 군인이 수학여행가다 교통안전사고로 당한 사람들보다 못한 대우를 받는 참으로 개탄스런 나라가 되었다. 이들은 모두 전사자인데, 아직도 순직자로 처리한 것은 잘못된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슬펐던 것은 국가안보의 위기상황에 처해서도 일신의 명예와 안위만을 챙기는 추악한 정치인과 상부 눈치만 보는 군 수뇌부의 한심한 모습이었다.
  박동혁 어머니가 벙어리로 나오는 것은 어쩌면 우리들의 답답하고 억장이 무너지는 모습을 투영하기 위한 것인지 모른다. 영화 <연평해전> 은 우리에게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죽음에 대해 어떤 대우를 해 주었나?” 이런 씁쓸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주천 원광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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