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전통무용가로 활동한 바 있는 회계사부터 내성적인 성격이 고민이었던 맥주회사 직원, 일진이라 불릴 만큼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던 고등학생, 아르바이트를 하며 꿈을 키우고 있는 배우지망생, 분장을 맡고 있는 방송사 직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군을 가진 이들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었던 계기는 다름 아닌 머나먼 나라 한국의 몸짓이다.

파란 눈의 그들이 펼치는 부채춤은 어떤 모습일까. 헝가리 여성 14명으로 구성된 한국전통무용 동호회 ‘무궁화 무용단’이 헝가리 한국문화원과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공동주최로 5일 서울에 이어 10일 전주 전통문화관 한벽극장에 오른다.

문화체육관광부의 해외문화예술봉사단 사업으로 2012년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에서 파견한 무용수들에게 3개월 간 배운 이들이 한국무용의 매력에 빠져 이듬해인 2013년 자발적으로 무용단을 결성한 것.

전 세계 28곳에 한국문화원이 설립돼 국가 간 문화교류에 이바지하고 있으나 한국전통무용단체가 만들어져 공식 무대에 서는 건 헝가리가 유일하다는 점에서 더욱 뜻 깊다. 학생, 취업준비생, 직장인 등 10대부터 50대에 이르는 여성 14명은 매주 2회씩 모여 연습한다.

낯선 나라 춤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가지각색이지만 느끼는 감정에 대해서는 새로운 세계이자 평온함 그 자체였다고 입을 모은다. 대학생인 죠피(Zsófi)는 “K-pop같은 한국의 대중문화를 접하기도 했고 여러 종류의 춤을 배울 기회도 있었지만 오히려 한국 전통문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면서 “추면 출수록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배움의 시간이 보람 있고 행복하다”고 전했다.

공항 직원인 니콜렛트(Nikolett)도 “단순히 아시아 한 국가의 춤 중에서 독특하다가 아니라 몸짓과 선율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을 준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을 주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후 헝가리 커폴츠의 밸리 오브 아트 페스티벌, 헝가리 국립민속극장, 헝가리 한국영화제 같은 헝가리에서 열리는 한국 문화관련 행사에 참가해 우리 춤의 아름다움을 국외에 널리 알리고 있다.

그들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기까지 파견 무용수 외에도 도움을 준 이들이 있는데 전북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Do Dance가 대표적이다. 중국, 캐나다, 프랑스, 미국 등지 초청공연에 참여하다가 2007년 한국창작퍼포먼스단체 두 댄스를 창단하고 지역무용 활성화에 힘쓰고 있는 두 댄스 대표 홍화영은 2014년 2월과 11월 두 차례의 강습 및 공연을 통해 인연을 맺었으며 이를 계기로 전주공연을 성사시켰다. 한국무대에 서기 위해 한 달 간 함께 호흡하기도 했다.

단원들은 매일 모여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이번에는 화관무, 부채춤, 장고춤, 입춤을 단독으로 풀어내고 두댄스무용단, 너울 무용단(재단 파견)과 함께 검무, 북춤, 한국창작무용(봄봄.. 봄 나들이, 서편제)을 출 예정이다.

헝가리 문화원 관계자는 “전세계적인 한류 열풍을 지속적으로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현지에서 한국문화를 즐기고 배우는, 한류의 인적 기반을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무궁화 무용단은 바로 이런 지속가능한 한류를 위한 하나의 모델로 평가할 수 있으며, 헝가리인들이 가진 한국문화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집약된 동호회”라고 평가했다.

무용단은 지난 달 29일 입국했으며 전주 등지에서 한옥체험와 템플스테이 같은 전통문화를 체험하고 15일 돌아간다. 무료./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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