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걸러 비가 오는 장마철, 몸과 마음도 처지기 일쑤다. 젊고 역동적인 무용가들이 꾸리는 유쾌한 전막발레로 활력을 충전하는 건 어떨까. 전북발레시어터(단장 염광옥)가 주관하는 코믹발레 ‘돈키호테(DON QUIXOTE)'가 4일 오후 5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 오른다.

2002년 정읍리틀발레단으로 문을 연 ‘전북발레시어터’는 소규모 단막극과 창작극을 비롯한 130여회의 다양한 공연을 마련해 정읍 내 발레인구를 확대해왔고 2013년 전막이라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했다.

많은 인원을 필요로 하고 기량도 뛰어나야 해서 기존 작품이라도 어려운 게 사실. 전북에서는 이를 선보이는 경우가 거의 없었으나 2년 전 발레 불모지에서 무리 아닌 무리를 해 가며 ‘호두까기인형’을 펼쳐 전 좌석이 매진됐다.

지난해에는 ‘돈키호테’ 전막을 시도, 단체 관람객은 물론 시민들이 좌석을 가득 메우면서 전막이 가능한 단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켰으며 그 여세를 몰아 전북문화예술의 중심지 전주로 향한 것.

보다 많은 관객들을 만나는 자리인 만큼 전막 외에도 여러 특성을 더한다. 여름을 맞아 이전보다 참신하고 힘 있는 느낌을 주는데 초점을 맞췄으며 그 일환으로 연출과 남자 주인공을 교체했다.

연출은 강명선이다. 강명선무용단 대표로 척박한 지역무용계에 활기를 불어넣고 평론가로서 날카롭지만 뼈가 되는 조언을 아끼지 않는 평소 모습대로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재밌고 산뜻한 구성을 보여줄 예정이다.

바질 역의 김명규는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 후 서울국제무용콩쿠르(2008) 2등상과 독일 베를린 국제무용콩쿠르 대상을 수상하는가 하면 케이블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댄싱9’에 출연한 실력 있는 발레리노다.

현재 국립발레단 단원으로 과거 전북발레시어터 단원이었던 인연을 계기로 이곳 무대에 선다. 타고난 끼와 부단한 노력으로 국내외에 이름을 알리고 있는 그의 춤을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바질의 연인인 키트리는 세종대 무용학과를 졸업 후 전북발레시어터 수석무용수로 활동 중인 박진서다. 지난해 섬세하면서도 발랄한 표현력으로 호평을 받은 데 이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들이 만들어갈 ‘돈키호테’는 특유의 재치와 유머로 시대를 막론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미겔 데 세르반테스 사아베드라(Miquel de Servantes Saavedra)의 동명작에서 착안한 발레극이다.

책 속 주인공인 돈키호테와 산초 판자보다는 바르셀로나의 명랑한 소녀 키트리와 낙천적인 이발사 바질의 사랑에 초점을 맞추는데 키트리와 바질이 결혼식을 올리는 3막 그랑 파드되가 백미로 꼽히고, 돈키호테는 라만차의 기사 출정이나 구원의 여인 둘시네아를 찾는 장면과 풍차에 돌진하는 에피소드 등 춤 없이 원작의 유명 부분만을 연기한다.

더불어 전통 클래식 발레부터 캐릭터 발레까지 포함해 투우사의 춤, 메르세데스 춤, 세기디리아(부채, 탬버린 춤) 플라맹고 같은 정열적인 스페인춤을 보여준다. 총 예술감독을 맡은 염광옥 단장은 “발레단이라면 한 번쯤 해봐야 할 작품이라 택했고 초연의 반응이 뜨거워 전주까지 오게 됐다”면서 “젊은 사람들이 주축을 이뤄 젊고 역동적이다. 메르스와 장마로 위축된 도민들의 울적함을 훌쩍 날려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석 1만 원. 270-8000./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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