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영정을 보안한 곳으로 한옥마을을 찾는 많은 이들에게 역사의 숨결과 함께 쉼을 전하고 있는 전주 경기전이 오늘날 감각으로 되살아났다. 전주교동아트미술관(관장 김완순) 기획초대전으로 지난 달 30일부터 12일까지 진행 중인 ‘경기전 옆 미술관’이 그것이다.

지난해 ‘경기전에 온 돈키호테’에 이어 올해도 한옥마을 중심에 자리한 경기전을 주제로 다양한 장르의 미술가들이 평면과 입체를 오간다. 여기에는 지역안팎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중견작가 이문수 박경식 김성욱이 함께한다.

상선약수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는 이문수는 평면 속 소재들을 현실로 끌어냈다. 꿈과 밥을 위해 노동하는 인간을 형상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한 입 베어 문 사과와 고봉밥, 연필 드로잉을 철과 F.R.P 조형물로 입체화한 것. 경기전은 태종의 ‘가만히 있으라’는 경고 혹은 욕망, 건국 비전으로 해석되고 있다.

박경식은 굽거나 옹이가 있는, 세월의 풍상을 온몸으로 겪은 잡목에서 영감을 얻는다. 용마루는 뒷산모양처럼 얹으면서 거친 가지의 골기를 살리고, 양 끝 처마선은 자연스럽게 늘어진 새끼줄처럼 부드럽게 표현해 그만의 나무한옥을 완성한다. 여백과 멋스러움도 느껴지는데 바쁜 현대인들에게 자유와 평안을 선사하는 유토피아 그 자체다.

김성욱의 기와한옥도 화폭 위에 그려진다. 바람의 한순간도 멈추지 않는 특성을 통해 삶에의 의지 즉 희망을 강조하고 있는데 흩날리는 꽃잎 등을 유연한 필선으로 풀어내 율동미를 더하는 한편 고목의 앙상한 가지들을 굵고 강하게 표현, 중심을 잡아줌으로써 가능해진다. 감각적인 화면분할과 화려하면서도 깊은 색감도 제 몫을 감당한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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