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치인들의 장기 중 하나는 연설이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힘 있고 호소력 가득한 명연설로 국민들을 감동시켰다. 연설뿐 아니라 경청과 대화, 토론 등에도 아주 능숙한 게 미국 대통령들이다. 이들은 건국 이래 고비 때마다 국민들의 심금을 울리는 연설을 통해 국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갈등을 넘어 통합을 이뤄냈다.
  정치의 중요한 기능은 쉽게 말하면 사회적 갈등과 대립을 해소하고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갈등과 대립을 해소하는 데는 역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필수다. 미국 대통령들은 이런 정치의 본령에 충실했고 그들의 빼어난 리더십과 연설을 활용, 국민을 이끌어왔다.
  제이슨 토마즈위스키는 역대 대통령의 명연설 가운데서도 가장 탁월한 것 10개를 선정했다. 그 첫 번째는 국부 조지 워싱턴의 고별 연설이었다. 이어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이 꼽혔고 세 번째 주인공은 의외로 버락 오바마였다. 그가 대선에서 이긴 뒤 2008년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인 채 온 국민이 하나가 되어 달라는 취지의 ‘승리의 연설’을 한 것이 세 번째 명연설이라는 것이다.
  “만약 아직도 미국이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의 나라임을 의심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직도 선조들의 꿈이 우리 시대에도 살아 있는가 묻는 사람들이 있다면, 민주주의 힘에 의문을 품은 사람이 있다면, 오늘 밤이 바로 당신의 의문에 대한 답입니다.”
  그는 환호하는 군중들을 향해 도도한 언변을 발휘했다. 흑인이자 변방에서 성장한 그가 미국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그 답이라는 것이다.
  지난달 29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 대학에서 행한 오바마의 연설이 또 다시 미국 국민들을 감격케 했다. 백인 우월주의자가 흑인 교회에 총을 난사한 참사 후 희생자 영결식에서 오바마는 35분간 추모사를 했다. 그는 용서와 인권 신장을 위한 행동을 호소한 뒤 자신의 연설 절정 부분에서 찬송가 ‘어메이징 그레이스’(놀라운 은총, 얼마나 감미로운가?)를 불렀다. 참석자들은 눈물을 흘리며 일제히 따라 했고 그 장면은 TV로 생중계 됐다.
  미국 언론들은 이 연설을 마틴 루터킹의 연설에 버금가는 기념비적 연설이라고 평했다. 시민들도 소름이 돋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참으로 부러운 장면이었다. 온 국민을 하나로 만드는 통합의 리더십과 설득력이 다시 오바마를 통해 발현된 것이다. 언제쯤 우리는 저런 지도자를 만나고 그 말에 감동의 눈물을 흘릴 날이 올 것인가 하는 심경으로 뉴스를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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