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아이패드를 만든 것은 애플이 항상 기술과 인문학의 갈림길에서 고민해왔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사람들은 기술을 따라잡으려 애썼지만 사실은 반대로 기술이 사람을 찾아와야 합니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한 말이다. 이 말은 최첨단 IT 기술이라 해도 역시 사람이 근본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의 이런 언급은 잡스처럼 인문학을 공부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든가 인문학이 인간의 정신면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꼭 필요한 요소라는 등의 후속 논의에 불을 붙였다. 한 마디로 인문학 인기가 높아진 것이다.
  인문학의 역사는 멀리 고대 그리스 로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스에서는 소피스트를 중심으로 인문학적 교육이 성행했고 로마의 키케로는 ‘웅변가에 관하여’라는 책에서 처음 인문학이라는 용어를 정립했다. 라틴어 후마니타스(humanitas)는 인간의 본성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로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는 질문에 다름 아니다. 인문학은 이후 르네상스 이후 붐이 일기 시작했고 18세기 프랑스와 19세기 영국, 미국에서 교양을 위한 학문으로 뿌리를 내렸다.
  그러나 인문학은 속된 말로 밥 먹여주는 학문이 아니라는 점 때문에 홀대를 받은 것도 사실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실용지식에 밀려 발붙일 자리가 없었던 것이 현실이었다. 대학에서 조차 밀린 인문학은 일반 대중에게도 역시 어렵고 지루한 분야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일각에서는 교양을 갖춘 엘리트들이나 가까이 하는 것으로 치부됐다. 오죽하면 수년 전 전국 인문대학장들이 제주도에 모여 인문학의 위기를 선언했을까.
  그런데 얼마 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인문학이 제법 세를 얻고 있다. 곳곳에서 인문학 강좌가 설치되고 정부도 지원에 팔을 걷어붙였다. 그 덕인지 올 상반기 도서 판매실적에서 인문분야 책들이 맹위를 떨친다고 한다.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10위 목록에서 인문학 관련 책이 3개나 됐다. 또 전체 도서 판매 중에서 인문서적들은 점유율 7.6%로 소설 7.3%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인문학을 흔히 사람의 무늬를 탐구하는 학문이라고 한다. 사람이 되는 기초공사라는 말도 있다. 현대에 들어서는 창의력 함양은 물론 상처를 치유하고 삶의 여유를 찾는다는 데서 필수적 교양으로 대접받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인문학 책들이 많이 읽히고 있는 것은 그런 견지서 긍정적인 신호다. 일시적 유행이 아닌지는 더 두고 볼 일이지만 인문학을 가까이 하는 사람이 늘었다는 자체가 반가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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