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밥밖에 모르는 당신, 전주한옥마을이 모든 것이라고 믿는 당신, 몇 번이나 갔다 왔어도 초코파이와 바게트 빵만 기억하는 당신에게 전주에서 태어나 전주에서 살고 있는 저자가 진짜배기 전주를 전한다.

소설가 이병천이 펴낸 ‘당신에게, 전주’가 그것이다. 우리 고장에서 나고 자란 작가가 잘 알려지지 않은 장소와 음식에 이르기까지 구수한 언어로 세밀하게 보여주는 에세이. 맛과 멋의 역사를 통해 전주의 참다운 면모를 느낄 수 있도록 구성됐으며 전북일보 편집국 부국장 안봉주의 사진이 더해진다.

전주는 주말이면 사람들이 밀려들고 길거리 간식을 파는 가게마다 줄을 서는 핫한 도시가 됐지만 반색할 만한 일은 아니다. 유네스코가 정한 음식창의도시임에도 외지에서 온 관광객들에게 그저 문어꼬치나 떡갈비로 기억될 수도 있어서다.

모주에는 술 한 잔에도 자식을 염려했던 어머니의 마음이 깃들어 있고, 콩나물국밥 한 그릇도 영양소를 보충해주는 수란과 함께 먹는 지혜가 있다. 오모가리탕은 들어봤을까. 문화재는 어떠한가. 조선 궁궐식 정원의 가치를 가진 경기전은 시내 한복판에 자리해 멋진 휴식처로 자리매김한다.

전국 4곳에 나눠서 보관했던 조선왕조실록은 임진왜란 때 모두 불타고 오직 전주사고에서만 지켜졌다. 전동성당에 대해서는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진 건축물 자체의 아름다움과 함께 성당의 기초가 된 돌과 흙에 얽힌 그들의 희생과 헌신까지 꼼꼼히 짚어준다.

한옥마을을 벗어나 법정스님이 ‘나라 안의 최고’라고 칭송했던 연꽃이 즐비한 덕진연못, 산벚꽃이 장관인 봄날의 완산칠봉, 아이들이 천진하게 물놀이를 즐기는 여름날의 전주천도 언급한다.

최근에는 창의성과 기발함도 넘치는데 쇼팽과 아리랑이 만나고 마당극과 비보이가 어우러지며, 콩나물국밥이 바게트 빵으로 이어지고 모주가 아이스크림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데서 알 수 있다. 꿈의 지도. 261쪽. 14,000원./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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