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여파로 전국이 뒤숭숭하지만 청년작가들의 작업은 오늘도 계속된다. 무더운 초여름 구슬땀을 흘려가며 완성한 결실들이 불안과 두려움 속에 놓인 도민들의 마음 한편에 안식을 주고 있다. 특히 현대사회 속 남성과 여성을 대변해 눈길을 끈다.

먼저 갤러리 숨(관장 정소영)에서는 기획초대전 플랫폼-2015로 조각가 윤길현이 개인전을 열고 있다. 15일부터 27일까지 진행 중인 ‘남자의 시선’전에서는 전과 마찬가지로 표정이 살아있는 인물 그 중에서도 그가 몸소 겪은 남성의 감정선을 좇는다.

트레이드마크인 생동감 넘치는 얼굴은 바닷가에서 직접 수집한 자연석으로 완성되는데 다루기 쉽지 않은 돌을 택한 데는 이유가 있다. 모든 걸 내려놓고 싶을 때가 많은 스스로를 일으켜 준 존재여서다.

금전적으로 궁핍하고 사랑에 서툴렀던 과거부터 남편이자 아버지가 됐지만 여전히 부족한 현재까지 돌아보며 회의감을 느끼고, 그것이 자신 뿐 아니라 모든 남자들이 느끼는 감정임을 깨달은 그는 우연히 돌을 바라봤다.

쉴 새 없이 크게 혹은 작게 밀려오는 파도를 따라다니며 제각각 모양새를 갖췄지만 결국엔 아름다운 모습이, 이런 저런 희로애락을 겪으며 스스로를 만들어가는 인간과 닮았다고 생각했고 주요소재로 사용하게 된 것.

둥글면서도 각진 걸 골라 깎고 다듬은 다음 저마다의 상처와 콤플렉스를 덧입히지만 유쾌함도 있다. 표정 자체에 우스꽝스러움을 연출하거나 스테인리스, 밥그릇, 티스푼, 포크, 볼트, 너트, 철, 수세미 등을 활용한다. 몸은 철을 두드리고 용접해 갈아내는 과정을 반복해 완성한다.

조형물 한 점에서도 사람이 보이고 희로애락이 느껴지는 건 우연이 아닐 것이다. 전주대 조소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했다.

우진문화재단이 마련하는 제60회 청년작가초대전으로 한국화가 이은경이 선정, 18일부터 7월 1일까지 우진문화공간 갤러리에서 개인전 ‘내가 사는 집’을 연다. 평소 일상의 흔적을 잔잔하게 보여줬다면 이번에는 편안함을 가리키는 집과 그 집에서 잠 못 드는 여성의 추가된 게 특징이다.

작가의 주체적이며 체험적 일상이 더욱 더 드러난다. 삶을 일기처럼 평온하면서도 신비롭게 풀어내던 전과 달리 긴장감을 유발해 심리적, 물리적으로 가깝게 다가서기도 한다. 화가이기 전에 여자이자 엄마로서의 삶을 보여주는 한편 한계를 벗어나고자 하는 바람과 소망이 분출됐기에 가능한 일이다.

살림을 해야 하는 여자라면 누구든 수없이 경험했을 허망과 회의를 고백하면서도 일상 속 유토피아를 만들어 안정과 희망을 얻으려는 특유의 장점은 여전하다. 안식처이자 희망 그 자체인 집에 여성의 꿈과 고뇌를 담은 ‘잠 못 이루는 밤’ ‘몸살’ ‘꿈꾸는 여자’ 등의 작품에서 엿볼 수 있다.

구상적이고 간결한 형태로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지만 그 내면에 담긴 뜻은 결코 단순하거나 가볍지 않다. 그의 사연은 어느새 우리의 이야기로 확장되고 있다. 전북대와 같은 대학원에서 한국화를 전공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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