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 사회는 인간 사회와 매우 흡사해 여러 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사회는 1마리의 여왕벌과 수천 마리의 수벌 그리고 수만 마리의 일벌로 구성된다. 이들은 철저히 분업사회여서 여왕벌은 오로지 산란만 하며 수벌은 일생 동안 여왕벌과의 교미를 통해 개체 수를 늘리는 것이 유일한 역할이다. 반면 일벌은 길어봐야 6개월 밖에 안 되는 생존 기간 동안 꿀 따기에서부터 청소, 육아 등 엄청난 노동량을 부담한다. 모든 생애를 일만 하고 사는 셈이다.
  그런데 이 일벌의 삶은 학자들에게 흥밋거리다. 대체로 생명의 본성은 이기적이냐 이타적이냐는 연구과제의 좋은 대상이기 때문이다. 꿀벌은 이타적이다. 우선 자신의 종족 보존을 위해 목숨을 건다. 만약 벌집에 외적이 침입하면 식량과 어린 꿀벌들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친다. 그들이 가진 침은 적을 향해 한번 쏘고 나면 다시는 회복하지 못하고 죽는 무기다. 평생 쉬지 않고 일하는 것도 모자라 목숨까지 바치는 그들의 삶이야말로 이타적 삶의 전형인 것이다.
  인간의 경우는 어떨까. 보통 사람들은 이기적이고 또 이타적 삶을 산다. 선천적으로 남을 돕는 천성도 있는 반면 어떤 경우는 철저히 자기중심적이어서 남의 어려움을 외면한다. 이타적 삶이 자신의 불이익을 감수하고 다른 개체에게 이익을 주는 행동이라면 인간은 경우에 따라 이랬다저랬다 한다고 보면 된다.
  고대 심리학과 김학진 · 설선혜 교수팀은 최근 연구에서 이기적 사람과 이타적 사람은 똑 같은 행위를 하더라도 활용하는 뇌 부위가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타적 성향이 언 정도이냐에 따라 같은 선택을 할 때도 뇌 활동 패턴이 상이하다는 것이다. 이기적 사람은 자신을 위한 선택 때 뇌의 복내측 전전두 피질이, 그리고 이타적 선택을 할 때는 배내측 전전두 피질이 활성화 됐다. 반면 이타적 사람은 어떤 행위를 하든 복내측 전전두 피질의 활동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를 연구자들은 이렇게 해석했다. 즉 이타적 사람은 타인을 도우면 타인의 행복이 자신의 행복과 마찬가지로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여긴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도움을 받은 상대가 기뻐하면 나도 기쁘다는 말이다. 사실 일상생활에서 눈앞의 이익보다 멀리 보고 상대를 도움으로써 신뢰를 획득하는 게 훨씬 유리하다는 것은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니 상대를 돕는 게 자신의 생존에 유리하다고 보아야 한다. 깊이 새겨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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