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전날 밤 소년 틸틸과 소녀 미틸 남매는 옆 부잣집 크리스마스 이브 풍경을 보다가 깜빡 잠이 든다. 꿈속에서 그들은 요술쟁이 할머니의 요청에 따라 파랑새를 찾아 여행을 떠난다. 추억의 나라를 비롯해 밤의 궁전, 행복의 궁전 등을 여행하며 파랑새를 찾았지만 별무소득이었다. 찾았더라도 다른 세계로 오면 날아가 버리거나 죽곤 했다. 남매는 파란만장한 꿈의 여정에서 깨어나 자신들의 방에서 눈을 뜬다.
  그들에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새장 속 비둘기였다. 어머니가 남매를 위해 마련한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 어머니의 따뜻한 정이 새삼스레 정겨웠다. 또 자신들의 방이 이상스럽게 아름답다고 느끼고 행복감에 젖었다. 그런데 새장을 열고 먹이를 주자 그 파랑새마저 하늘을 향해 솟구치더니 시야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우리들이 찾고 있었던 것이 바로 이것이구나. 우리가 이를 찾아 먼 곳까지 찾으러 갔으나 결국 여기 우리 방 안에 있었구나.”
  남매는 이렇게 독백한다.
  이 이야기는 벨기에 극작가 메테 르링크가 1909년 발표한 동화극 ‘파랑새’의 줄거리다. 이 극의 메시지는 이렇다. 파랑새로 상징되는 행복은 소유하면 곧 변질되며 우리가 꿈꿀 때와 소망할 때만 존재한다. 또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 있다. 우리 주변 아주 사소한 일상 속에 있다는 것이다.
  여름 철새인 파랑새의 중간 기착지인 전남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에 요즘 파랑새 개체가 크게 늘었다고 한다. 머리, 꼬리는 검고 부리는 산호색이며 몸통은 짙은 청록색인 파랑새는 나무에 구멍을 뚫고 살며 곤충들을 잡아먹는다. 대개 4월말부터 가거도를 통과하는데 올해는 유독 많은 개체가 발견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게 바로 파랑새라는 점에서 이채롭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가장 가까운 곳에 파랑새가 있다는 메시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나의 파랑새는 어디 있을까 하며 늘 헤매는 사람들에게 밖만 바라볼 게 아니라 내 마음 속을 들여다 보라는 교훈이다. 이른바 파랑새 증후군은 이상만을 추구하며 현재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파랑새는 특히 보는 각도에 따라 여러 가지 빛깔을 낸다고 한다. 행복도 마찬가지여서 그 실체를 완전히 알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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