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군 2금고(특별, 기금)에 전북은행 대신 국민은행이 선정됐다는 소식에 전북 금융권이 변경된 '금고평가기준'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전북지역에 기반을 둔 농협은행과 전북은행이 그동안 도내 시군 금고 중 제3금고(신한은행의 군산시 기금운용) 지정을 제외하고는 일반·특별회계 및 기금을 운용하는 1, 2금고를 양분해 온 가운데 나온 이번 결정은 시중은행이 도내 제2금고를 맡은 첫 사례여서 전북은행은 물론, 농협은행까지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29일 부안군에 따르면 지난 28일 군 금고 지정 심사위원회를 열고 NH농협은행 부안군청지점, 전북은행 부안군지점, KB국민은행 부안지점을 대상으로 1, 2금고 선정 평가를 실시했다.
그 결과, 농헙이 1위로 1금고(일반회계 연간 약 4,000억원 및 영농기금 41억원)를, KB국민은행 부안지점이 2위로 2금고(연간 특별회계 약 99억원 및 기금 57억원)를 3년간 맡아 운용키로 결정됐다.
이에 전북은행은 물론, 농협은행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북은행은 "부안군 금고지정은 3월 안행부의 금고지정기준 변경에 따라 공개경쟁 방식으로 전환·시행됐는데, 앞으로 대형 시중은행이 금고 지정에 유리할 수밖에 없는 방식이 됐다"고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실제 안행부의 3월 지침은 지역 심사위원들이 재량권을 발휘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역 금융권 관계자는 "총 19개 평가항목 중 '지역사회 기여도' 항목에서 심사위원들이 농협과 전북은행을 1, 2위로 정하고 KB국민은행을 3위로 결정해봐야 5점, 4.75점, 4.5점의 배점을 차례로 받아 지역은행이 0.25~0.5점 차이 이상을 얻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KB국민은행 등 시중은행은 금리 부분 3개 항목(국내외 공인인증기관 평가)에서 농협 및 전북은행보다 경쟁력을 갖춰 최소 0.75점에서 1.5점까지 우위를 점하게 된다는 것이다.
통상 시군 금고가 1점(100점 만점) 안팎의 근소한 차이로 결정되는 평가구조 속에서 안행부의 기준은 지역은행이 시중은행을 뛰어넘기 어렵게 한다는 것.
여기에 KB국민은행이 향후 '자치단체와의 협력사업'에 가장 큰 금액(2억원)을 제시하며 쐐기를 박아 전북은행이 감당할 수 있는 점수차 이상으로 벌어졌다는게 부안군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심사위원들의 재량권이 거의 없어 안타깝게도 객관적 평가항목에서 전북은행이 시중은행보다 불리했다"며 이번 선정이 '불가항력'이었음을 밝혔다.
이에 대해 전북은행은 "지방은행이 그동안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이바지한 점보다는 단순히 협력사업비와 금리 등만을 고려해 금고를 선정토록 한 안행부 지침은 역외자금 유출 심화 등 지역경제 발전에 역행하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배점기준 변경에 대한 불합리함을 강조했다.
NH농협은행 전북본부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다. 안행부가 자치단체의 임의 항목 및 배점 결정을 최대한 배제하는 방향으로 기준을 변경하면서 농협이 자칫 시군 1금고를 시중은행에 뺏길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연말 정읍시와 남원시 등 도내 5개 시군 금고지정 절차가 진행될 예정인 가운데 전북은행은 물론, 농협마저도 다른 시중은행의 거센 도전을 받으면 1, 2금고 선정에서 밀려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NH농협은행 박태석 전북본부장은 "그동안 지역에 기반을 둔 농협과 전북은행이 향토은행으로서 지역에 기여하며, 시군 1, 2금고 선정시 선의의 경쟁을 벌여왔다"며 "하지만 2금고를 타 지역 은행에 빼앗기는 선례를 남길 경우 타 금융권의 거센 도전이 이어져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본부장은 "농협과 전북은행이 함께 이러한 사태에 대응할 때 도민들의 지지를 얻게 될 것"이라며 '공동대응'을 제안했다./황성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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